자통법, 금융재편 시동..걸림돌도 만만찮다

by김수헌 기자
2006.06.29 12:00:02

자통법 이르면 2008년 하반기 시행예상
보험 방문판매 규제 안하기로..증권사 직원 직접투자제한 폐지
겸영 결제리스크 형평성 등 지속적 문제제기 가능성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안(試案)발표와 공청회 등을 거쳐 29일 입법예고안 골격을 드러냈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회사 등의 업무를 매매 중개 집합투자(자산운용) 투자일임 투자자문 신탁업(자산보관관리) 등 6개로 분류해 겸영을 허용하는 한편 투자성(원본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모두 개발 판매할 수 있는 상품포괄주의를 도입한다는 뼈대는 그대로 유지됐다.

논란이 됐던 증권사에 대한 소액결제허용도 그대로 추진된다.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경쟁력있는 투자은행(IB)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자산운용 능력의 배가, 금융업의 대형화 유도 등의 효과도 노린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공청회 과정에서 형평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온 은행과 보험업권의 의견도 일부 수렴됐다.

일각에서는 자통법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단순매매 중개(브로커리지) 중심의 천수답식 수익구조를 개선, 기업공개나 M&A, 기업자금조달 등 고부가 IB업무 비중을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겸영에 따른 이해상충 부작용, 지급결제 리스크 증가, 은행 보험권의 형평성 요구증가 등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걸림돌도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또 한미 FTA의 신금융서비스나 국경간 거래규제 완화 등과 맞물릴 경우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영업력을 강화해주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불식도 정부의 과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도 유예기간을 감안할 경우 2008년 하반기에나 가서야 시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실제 금융업권의 가시적 움직임은 2010년 쯤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새로 반영되거나 시안에서 바뀐 내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변액보험 등 보험상품의 방문판매 제한을 풀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변액보험 가운데는 원본손실이 있는 투자상품의 성격을 갖는 상품이 있기 때문에 자통법 상 `요청하지 않는 투자권유 금지제도` 적용대상이라는 게 애초 재경부의 방침이었다.

보험업계는 이렇게 되면 고객방문이나 전화를 통한 상품판매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주장해왔다. 상당수 보험사들이 변액보험상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상당한 충격이 온다고 지적해왔다. 

재경부는 투자자가 요청하지 않은 방문 전화 등을 통한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장치는 위험금융투자상품(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한편으로 투자자의 거부의사와 상관없이 계속 투자권유를 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등(의사에 반하는 재권유 금지제도) 시안에 없었던 투자자 보호장치들을 새로 도입했다.


금융투자회사(증권사)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식직접투자제한을 풀기로 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임직원들의 무분별한 주식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선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증권사 임직원들은 월급여의 50% 이내에서는 증권저축을 통해 주식투자가 가능하다.  또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 등도 현실적으로 적발하기는 어려웠다.



재경부는 직접투자제한을 없애면서 이번에 자기 명의로 1인1계좌만 허용하고 매매내역을 정기적으로 소속회사에 통지하도록 했다. 위반시 형별로 제제하는 등 엄격한 통제장치를 부여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의 내부통제장치를 도입했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사실상 증권사 임직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원금이 보장되는 개인연금이나 연금신탁 등을 금융투자업으로 보지않고 신탁업자만 취급할 수 있게 한 것도 은행이나 보험업권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금융투자회사) 계좌를 통한 입출금 월급이체 카드결제 등을 허용하는 지급결제기능부여에 대해 재경부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은행 등의 반발에 밀리지 않고 그대로 추진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

결제대상금액은 고객예탁금(매매계좌 내 현금)으로 한정, 주식(증권)의 가치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임영록 국장은 "증권사를 대표해 소액결제망에 연결되는 증권금융(대표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결제금액의 30% 담보를 내놓도록 해 은행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개별 증권사도 결제대금의 100%를 담보로 예치토록 하는 등 다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부터 나서서 증권사 지급결제기능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은행권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최종법안에 어떻게 남길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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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는 부동산투자회사 선박투자회사 창업투자조합 등 개별 법률에 정해진 간접투자펀드에 대한 감독권한은 금융감독당국이 갖도록 일원화 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과 입법예고 뒤 추가로 협의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개별 부처에서 다소 반발한 가능성이 있다.


자통법 시행시기는 일러도 2008년 하반기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시장참가자와 감독당국이 충분한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포일로부터 1년6개월 뒤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올해 정기국회에 법안이 제출, 순조롭게 통과된다고 해도 시행은 2008년 하반기가 된다. 다만 기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이 일괄적으로 금융투자회사로 재인가 등록을 받는 기간은 공포일 1년 후부터 법 시행전까지 6개월동안으로 정했다.

따라서 이르면 2007년부터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6개 금융투자업종 가운데 어떤 업종을 겸영해야할지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일부 재벌계열 증권 선물 자산운용사들은 서로 합병을 검토해 보거나 중소 금융회사들간에는 짝짓기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동안은 서로 눈치보기를 하거나, 중소형사들은 특정분야에 특화된 금융투자회사로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증권연구원은 3~4개 정도의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보험 등 타 금융업권의 대 국회 로비 등을 감안할 경우 자통법 처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