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쇠고기 정국''

by양미영 기자
2008.06.05 15:17:02

CLSA 코크란 "쇠고기에 대한 반대라기보단 독단에 대한 저항" 평가
"대운하 건설 철회, 내각 일부개편으로 대중친화 나설 가능성" 예상
주택규제 완화 지연, 對勞 강경책 난망, 원화절하 약화→관련주 영향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한국 국민들의 시위는 미국산 쇠고기라는 실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독단적인 정치 스타일에 대한 저항이다. 이례적으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시위는 성공적으로 모멘텀을 형성해왔으며, 따라서 실질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는 이 이슈에 대해 의미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
 
쇠고기협상 파문을 둘러싸고 연일 촛불집회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 외국계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현 정국의 실체를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리포트의 주인공은 CLSA증권의 숀 코크란(Shaun Cochran) 수석 연구원.
 
그는 `그들의 쇠고기는 무엇인가(What's their beef?)`라는 제목의 4일자 홍콩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진단하면서 정부가 △진정 어린 제스처를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여당 입지를 강화해주는 노력, △대중 저항이 특히 심한 분야에 대해 선별적인 정책축소 단행, △인기가 높았던 정책에 대한 추진 가속화 등 4가지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특히 "인기없는 대운하 계획을 철회하고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가장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도저이기 보다는 능수능란한 말장수(horse trader)가 되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
 
대중들의 반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실체에 대한 것을 훨씬 뛰어 넘은 정치 스타일에 대한 것이다. 정부의 의미있는 대답이 요구되고 있다. 과감한 정치적, 인적(人的), 정책적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정부는 아마도 진정성 어린 제스처와 당의 입지를 강화하는 조치, 인기정책의 가속화, 대중들의 반대가 심한 정책에 대한 선택적인 철회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시위가 계속 준비되고 있다. 상황이 끝난 게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의 시위는 일상적인 모습이고, 사실 앞선 대통령들도 높은 지지도로 시작했다가 인기없이 임기를 끝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임기초에 탄핵을 받았지만 시장은 잘 이겨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시위가 이례적으로 대규모이고, 매우 성공적으로 모멘텀을 축적해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냈다. 위험은 실체적이다.
 
국민들은 권위주의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보다 협의적인 정책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설문조사라든가 시위현장에서 접촉해본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은 쇠고기 수입정책이나 한나라당에 대해서보다는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의 투자전략 보고서에 언급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에서 말장사꾼으로 변모해 여당을 컨트롤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한다. 그 요청은 지금 더욱 절실하다. 



대운하 건설 계획이 위협받으면 건설관련주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쇠고기 시위 훨씬 전부터 이미 시장은 회의적이었다. 계획이 철회되더라도 건설주들의 이익 전망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지연이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