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의 `초강수`..93년만에 외부 CEO 영입
by김윤경 기자
2007.11.15 15:03:09
존 테인 NYSE CEO 메릴린치 CEO 선임
골드만삭스 출신..모기지 채권 전문가
내부선 순혈주의 주장하며 의구심도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모기지 부실과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수장(首將)이 물러나는 위기를 맞은 메릴린치가 93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두는 강수를 뒀다. 그것도 경쟁사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흑인으로서 처음 월가 대형 투자은행을 이끌며 주목을 한 데 받았으나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스탠리 오닐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달 30일 불명예 퇴진한 지 3주만이다.
주인공은 골드만삭스 대표를 거쳐 지난 2004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 회장 겸 CEO를 지내 온 존 테인(52).
메릴린치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테인에게 메릴린치를 고치는 `수리공(Plumber)`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이를 반겼다. 오후들어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메릴린치 주가는 40분 동안 4.4%나 올랐고, 정규 거래에서 1.8%, 시간외거래에서도 1%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메릴린치의 외부 CEO 선임은 놀라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메릴린치가 지분의 절반 가량을 갖고 있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후임 CEO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경영진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의 선임은 상당히 유력하게 얘기됐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선택은 테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릴린치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비중을 두고 후임 CEO로 거론했던 핑크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 주 핑크가 메릴린치가 갖고 있는 위험 자산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 지를 알고 싶다고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WSJ는 핑크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메릴린치에 올 수 없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메릴린치는 또 씨티그룹이 테인과 접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바심을 냈다는 후문이다.
일리노이주 안티오크(Antioch) 의사 가문에서 출생한 테인은 매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했고,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24년간 골드만삭스에서 일해 온 `골드만삭스 맨`이다. 골드만삭스에서 상당한 시간을 모기지 채권 분야에서 보냈다. 1999년엔 골드만삭스 사장에 올랐고, 2003년 12월 NYSE CEO에 선임됐다.
그는 215년 역사의 NYSE를 잘 지휘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전임자 리차드 그라소가 막대한 보수를 챙긴 것이 드러나며 물러난 뒤라 2004년 1월 테인이 업무를 시작할 당시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러나 그는 첫 해 30년만에 처음으로 거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했고, 유로넥스트와의 합병, NYSE의 상장을 이뤄내는 등 외적인 성장에도 큰 몫을 했다.
따라서 상당수 월가 관계자들은 테인의 리더십과 추진력, 이력 등을 감안할 때 메릴린치를 이끌 적임자 중의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자신도 "메릴린치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나는 그러나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1985년부터 5년간 모기지 부문에서 일했다.
MF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미 부트는 "그는 세부적이고 내부적인 일에도 강할 뿐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능하다"고 말했다.
윌리암 브로드스키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CEO도 "메릴린치가 테인을 가져간 것은 행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메릴린치 내부적으론 잡음이 좀 있다. 일부에선 순혈주의를 여전히 주장하기도 한다.
메릴린치 CEO 출신인 댄 툴리는 "테인은 대형 증권사를 이끌기 위한 사교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