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미영 기자
2002.09.16 14:01:57
[edaily 양미영기자] 오는 17일부터는 일반인들과 기업들도 사이버상에서 자유롭게 달러를 사고 팔 수 있다. 서울은행이 사이버 환전시장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외환시장이 외국환은행들로 이뤄진 외환중개시장에 의존해온 것을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시장이다.
이미 외환은행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외환중개시장을 개설했지만 은행 중개를 통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사이버상의 실시간 직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의 홈 트레이딩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화면상에서 직접 사고 파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이다.
이 시장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지난 95년 북한에서 귀순한 한 외국환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그 주인공인 에스엔뱅크의 최세웅 사장(41)은 김일성대학을 나와 런던에서 외환중개사를 운영했던 북한의 외환통으로 북한 통일발전은행의 부총재보까지 지낸 인물.
그가 북한에서는 보기 드문 `부`를 버리고 한국 땅을 밟았을 때 손에 든 것은 명품 옷가지들이 전부였다. 금융하는 데는 외모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데다 나름대로 돈으로 바꾸면 요긴하게 쓸 거 같기도 해 남한으로 가져왔지만 전세값도 안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외환시장을 도매시장에 비유하고 도매시장의 주인공이 개인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생각해 사이버 환전시장의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송금이나 환전을 통해 달러를 사고 파는 개인시장은 이미 존재했고 단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같은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했을 법하지만 직접 만들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거래법상의 문제로 몇차례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재경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개설됐다. 최 사장은 "법률적인 의뢰를 거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수익성 역시 걱정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달러는 이윤이 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기 마련이다"며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수익을 뺏어오는 게 아니라 저절로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수수료 역시 거래규모와 상관 없이 동일한 스프레드를 적용할 방침이며 기존보다 90%이상 저렴한 0.075%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세웅 사장은 첫 인사말에서 "귀순 당시 뜨거운 인사와 따뜻한 동포의 마음을 받았다"며 "무언가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조금이나마 기회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서울은행과의 묘한 인연을 소개하며 "북에서 귀순 뒤 97년부터 나라종금의 국제부에서 근무할 때부터 사이버 환전시장을 만들기로 결심했으며 서울은행이 외환중개업무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대상이 원/달러로 제한돼 있지만 유로나 엔화로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며 "올 연말까지 1억달러 규모가 거래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