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그만두지?"…머스크, '해고 희망' 공무원 실명 공개
by방성훈 기자
2024.11.28 09:40:32
비영리 싱크탱크 지목한 ''불필요 직책'' 4명 명단 공유
"가짜 일자리 너무 많아" 지적…1명은 X계정 폐쇄
트럼프 취임도 전에 대규모 인력 삭감 예고 ''파장''
"''다음은 너'' 압박해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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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해고하고 싶은 연방 공무원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은 그가 잠재적 해고 대상을 물색하며 ‘칼질’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불필요한 직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도록 압박·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차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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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비영리 싱크탱크 ‘데이터해저드’(datahazard)의 게시물 2개를 공유했다. 공유된 게시물들은 비교적 모호한 기후 관련 정부 직책을 맡고 있는 4명의 공무원 이름과 직함을 적어 놓은 것으로, 온라인으로 해당 인물이나 직책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과는 직접 접촉하지 않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방 정부 직원들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데이터해저드는 한 게시물에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조카가 주택도시개발부(HUD)의 ‘기후 고문’이 되기 위해 미 납세자들로부터 18만 1648달러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고, 이에 머스크는 댓글에서 “어쩌면 놀라운 조언일지도 모른다”고 공감했다.
또다른 게시물에선 데이터해저드가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기후 다각화 책임자(그 또는 그녀)를 고용하는 데 미국 납세자가 비용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머스크는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DFC는 2019년 신설된 국무부 산하 기관으로, 개발도상국 민간부문 투자 등을 위한 대출·보험·보증·투자를 제공한다.
머스크는 이 기관의 애슐리 토머스 이사를 콕 집어 이른바 ‘좌표’를 찍기도 했다. 이에 수많은 이용자들이 몰려들었고 토머스 이사는 자신의 X 계정을 삭제했다. 보건복지부에서 환경 정의 및 기후변화 수석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또다른 여성 공무원도 타깃이 됐다. 이 부서는 2022년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인 여성 공무원이 해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사무국은 초기 투자가 필요한 신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곳으로, 2010년 테슬라에 4억 6500만달러를 지원해 전기자동차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곳이라고 CNN은 부연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잠재적 해고 대상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을 공식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수많은 연방 정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단순 위협이 아닌 실제적인 위험이라는 것을 미리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CNN은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공학 및 컴퓨터 과학 교수인 메리 미시 커밍스를 소개하며, 그가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근무했을 때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프로그램을 비판해 머스크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고 짚었다. 당시 커밍스 교수는 머스크의 추종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일시적으로 거주지를 옮기기도 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CNN에 “사람들에게 (스스로) 그만둘 것을 위협하거나 다른 모든 기관에 ‘다음은 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그만의 방식”이라며 “지목된 사람들이 겁을 먹고 스스로 그만두게 만들어서 해고하는 수고를 덜어내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CNN은 머스크의 이러한 행동에 어떤 의도가 담겼는지 사이버 폭력, 온라인 학대 등의 전문가들에게 연락했으나, 일부는 머스크의 표적이 될 것을 두려워해 발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소름 돋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사이버 폭력의 고전적 패턴”이라며 “놀랍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