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아이거에 '구조조정' 2년 더 맡긴다…CEO 임기 연장
by박종화 기자
2023.07.13 11:07:41
디즈니 이사회 "변화 완수하려면 임기 연장이 최선"
아이거 "혁신 마치려면 아직 할 일 많아"
스트리밍·테마파크 부진에 영화 흥행도 참패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까지 2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됐다. 디즈니가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진단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 CEO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던 아이거의 임기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마크 파커 이사회 의장은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새로운 CEO를 선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변화를 완수하기 위해 아이거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최선이라고 이사회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이거는 2005~2020년 디즈니 CEO를 맡은 바 있다. 당시 픽사·마블 등의 인수를 이끌어내며 디즈니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 ‘디즈니 왕국의 황제’로 칭송받던 그는 2020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이후 디즈니가 실적 부진에 빠지자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디즈니가 이번에 아이거 임기를 연장한 건 경영 정상화 작업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거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혁신을 끝마치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 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어려운 경제 환경과 업계의 지각 변동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전진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는 연초 7000명을 감원하고 비용 55억달러(약 7조원)를 절감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디즈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2억 8500만달러(약 4조 2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특히 스트리밍 부문 손실과 테마파크 입장객 감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도 인어공주, 엘리멘탈 등이 흥행에 실패해 9억달러(약 1조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디즈니월드가 있는 플로리다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성소수자 권익 문제를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디즈니엔 부담거리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가 자신이 추진하는 ‘동성애 교육 금지법’에 반대하자 디즈니월드 리조트 일대에서 디즈니가 행사하던 자치권을 박탈했다.
2년 후 아이거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NYT는 다나 월든 월트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총괄과 앨런 베르그만 월트디즈니 콘텐츠스튜디오 총괄, 조시 다마로 디즈니 테마파크 부문 회장 등을 ‘포스트 아이거’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