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우회상장 위한 VIE 방식 허용…조건 충족해야"
by신정은 기자
2021.12.26 17:20:18
증감위, VIE 기업 등록 후 해외 상장 가능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우회상장 이어져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가변이익실체(VIE)를 설립해온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이를 우선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신규 상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26일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는 ‘국내기업의 해외 증권 발행 및 상장 관리에 관한 국무원 규정(의견 수렴 위한 초안)’를 지난 24일 저녁 발표했다. 초안에 따르면 국내 법률 준수 전제하에 규정상의 조건을 충족한 VIE 구조 기업은 증감위에 등록한 후 해외 상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VIE는 해당 기업과 지분 관계는 없지만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법인을 말한다.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상장시키는 방식이다. 중국 기업들은미국 등 해외 시장에 상장할 때 중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VIE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0년 시나(新浪)의 나스닥 상장을 시작으로 텐센트(騰迅·텅쉰),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이같은 방법으로 미국 증시에 진출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증감위, 상무부 등이 VIE 구조 상장 금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에만 당국의 심사를 거쳐 허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 차이신은 금감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VIE 상장 방식 금지 방침이 사실이 아니라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어디에 상장할 것인지는 기업의 자유”라며 “다만 금융당국은 업종에 따라 해외 상장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VIE 상장을 허용하며서도 이번 조치를 통해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데 대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기업의 해외 상장은 사실상 어려워 질 전망이다.
증감위는 “국가가 자본시장의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법에 따라 국외에 상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