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평사, 美 신용등급 'BB+'로 강등한 이유는

by김인경 기자
2018.01.17 10:22:10

中 다궁국제, 미국 정치불안·세제개편 이유로 신용등급 강등
연초 시작된 미중 양국 무역 갈등에 따른 강등이란 지적도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신용평가사 다궁국제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낮췄다고 파이낸셜타임스 중문망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궁은 홈페이지에 미국의 기형적인 신용 생태계와 정치적 갈등이 부채 상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6년 대선부터 미국 정당은 심각한 갈등을 보여왔고 안정적인 정책 수립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등급전망(아웃룩)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추가 강등의 여지도 남겨뒀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세제 개편에 나서자 미국의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 부채는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해 20조달러(2경130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통과된 세제 개편에 따라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1630조원)의 감세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부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콜롬비아나 페루와 같은 ‘BBB+’로 매기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무디스는 AA+로 매기고 있다.

다궁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신용평가기관이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는 않지만 무디스나 피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서구 신평사들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적 색채를 띄고 있다. 무디스와 S&P가 지난해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A-로 강등했지만 다궁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외환주관 신용등급을 AAA로 매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다궁의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역시 두 나라의 갈등에 따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알리바바 산하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머니그램 인수합병(M&A)이 무산되고 화웨이와 미국 통신업체 AT&T의 계약이 불발됐고 블룸버그는 중국 고위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중국 국가외화관리국은 이 소식이 가짜 뉴스거나 잘못된 취재원을 인용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요동쳤다. 중국이 일부러 국채 매각 가능성을 흘렸다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국채 1조1892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보유국 1위 국가다. 채권 가격을 움직이는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미국에 으름장을 놓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다궁의 등급 강등 결정 직전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미중간 무역 불균형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서로 시장을 개방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CMP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궁의 평가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의 기준을 중요시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미국 최대 채권 보유국인만큼 투자자들이 다궁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