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KT&G, 숨통 언제 트일까
by함정선 기자
2015.01.21 10:36:05
외산 담배 가격 인하 공세에 소매점주들 신제품 불매운동까지
면세점 담뱃값 인상 카드는 써보지도 못하고 검토 중단
BAT코리아의 2월 가격 인상이 그나마 '위안'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담배 세금 인상 후 KT&G(033780)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외산 담배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편의점, 소매점 점주들이 KT&G가 내놓은 새로운 담배 발주를 거부하는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세금 인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도 KT&G에는 부담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편의점 커뮤니티 등에서는 KT&G를 비롯한 담배 제조사들의 새로운 담배 발주를 거부하자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가 보장됐던 담배 판매 마진이 올 들어 세금 인상과 함께 최소 7.5%대까지 낮아진 것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것이다.
특히 KT&G는 올 들어 담배 제조사 중 가장 먼저 한정판 담배 ‘디스 아프리카 몰라’를 출시하며 편의점주들의 발주 거부 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KT&G 영업직원들이 이례적으로 신상품에 대한 시설물 설치비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소매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편의점 점주는 “담배 제조사들이 세금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 부담을 소매점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상품 발주를 거부하거나 7%대 저마진 상품을 거부하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산 담배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 역시 KT&G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동안 KT&G의 주요 담배들보다 200원 비쌌던 ‘말보로’와 ‘던힐’ 등 인기 외산 담배들의 가격이 4500원으로 동일해짐에 따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코리아는 담배 ‘보그’의 가격을 3500원으로 제공하며 KT&G를 압박하기도 했다.
세금 인상에 따른 담배 판매 감소 등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꺼내 들었던 면세점 담뱃값 인상 카드는 제대로 써 보지도 못했다.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면서 담뱃값 인상 검토를 일단 중단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BAT코리아가 2월 보그의 담배 가격을 4000원대로 올리며 저가 공세가 수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BAT코리아는 던힐의 가격 역시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재조정할 전망으로, 경쟁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 점주를 비롯한 소매점주들의 불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진율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담뱃값 인상에 따라 절대적인 마진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담배 가격이 오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월 마진 등을 숫자로 보고 나면 점주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