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크레딧 1000자평]등가교환의 법칙

by오상용 기자
2011.01.06 12:13:11

마켓in | 이 기사는 01월 06일 11시 4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거기에 준하는 다른 뭔가를 내놔야 한다.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물론 현실에선 주고 받는 것의 가치가 늘 동일하진 않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실 저축은행 해법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감독당국이 뭔가를 주고 받았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엄밀히 따져보면 은행계 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와 감독당국 신임수장(김석동 금융위원장)간 거래를 꼬집는 말들이다. 물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화와 그에 준하는 대가가 오고 간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오고 간 것일까.

지난 3일 김 위원장의 취임일성은 저축은행권의 부실 해소. 이틀이 지나 은행권에서 화답이 왔다.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의 회장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앞다퉈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돈 잘 버는 은행이 나서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개별 지주회사들의 사정을 살펴보자. 지난해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노심초사한 사안은 우리금융 민영화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매각작업이 중단됐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조만간 다시 매각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다른 금융회사에 피인수되는 방식이 아닌 주식분산에 의한 무주공산을 바라는 이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들 입장에선 금융위원장의 민영화 철학이 중요하다.

론스타와 외환은행(004940) 매매계약을 체결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감독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절차만 기다리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거세게 저항하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내역을 감독당국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선 민감한 시기에 감독당국에 밉보일 이유가 없다.



신한지주(055550)는 조직내 권력암투로 나락에 빠졌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다. 넘버1과 넘버2 넘버3가 횡령 배임 혐의에 연루되자, 지난해말 감독당국은 한달반에 걸쳐 신한은행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현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어윤대 회장은 대표적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선작업을 거쳐 회장직에 올랐던 만큼 정부쪽에선 금융시장 불안시 어 회장이 당연히 보은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여하튼 김석동 위원장은 은행들을 앞세워 저축은행 부실이라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고 4대 은행계 지주사 회장들은 거기에 준하는 대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주회사 주주의 이해와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의 이해, 지주회사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의 이해 등은 배제됐고, 시장은 다시 한번 관치와 관치가 불러오고야 마는 도덕적 해이를 떠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유럽식 사내겸업이 아닌 미국식 지주회사 체제를 택한 것은 별도 법인격체인 자회사를 통해 외형을 확장, 금융권역간 리스크 전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그룹내 계열사간 리스크 차단은 커녕 외부 리스크까지 도맡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 은행계 지주회사의 현주소라고 코웃음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