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매진''에 좌절한 그대… 숨은 보석을 찾아서

by조선일보 기자
2006.10.12 12:25:00

제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조선일보 제공] 2분45초만에 개막작 매진, 일반 예매 이틀간 전체 객석수의 절반 가까운 입장권 판매…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팔려나가는 입장권 판매 소식에 질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당신. 모두가 달려드는 ‘화제작’들로부터 조금만 눈을 돌려보시길. ‘발견’을 기다리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 여전히 널려 있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대부분이 ‘완전매진’되지 않아 표가 남아 있는 작품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64편 중에서 고른 작품들이라 전세계 어느 나라 영화팬들보다 먼저 관람한다는 뿌듯함까지 있다.


▲ `발견`을 기다리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 왼쪽부터 `경의선` `영원한 여름`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아시아 영화를 맡고 있는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의 ‘영원한 여름’, 인도 비쥬 비스와나스의 ‘아주 특별한 축제’, 필리핀의 파올로 비야루나와 엘렌 라모스가 공동 연출한 ‘일루전’, 베트남 후인 루의 ‘하얀 아오자이’를 추천했다. 김 프로그래머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라는 주제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말한다”고 소개하는 ‘영원한 여름’은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인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성장영화적으로 그린 동성애 영화다. “인도 영화인데도 마치 한국의 소외된 독립영화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는 추천사가 붙은 ‘아주 특별한 축제’는 열정적이던 영화 감독이 데뷔작 완성 후 상영 공간을 찾지 못해 겪는 일을 다뤘다. “복고풍의 캐릭터와 영상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는 ‘일루전’은 아버지가 고용한 누드모델과의 관계에 탐닉하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가족을 다룬 ‘하얀 아오자이’에 대해서는 “드라마의 강력한 힘이 관객을 매료시킬 것”이라고 평했다.




▲ `발견`을 기다리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 왼쪽부터 `일루전` `아주 특별한 축제`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비(非)아시아 영화 중 대니얼 고든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 시민’을 고르며 “지난 50년간 어떤 외국인과도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북한 내 미국인 망명자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고든의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1962년 월북한 미군 병사의 삶을 담았다. 또 다른 추천작 ‘꿈의 동지들’은 인도 부르키나파소 미국 북한 등 4개국의 허름한 극장에서 일하는 영사기사들을 다룬 독일 다큐멘터리. 전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 추천작으로 먼저 “차갑고 잔혹하면서도 우아한 10대 갱스터”라고 설명한 ‘폭력써클’(감독 박기형)과 “조폭 장르와 가족 멜로를 결합한 조폭 영화의 새로운 경지”라고 평한 ‘열혈남아’(이정범)를 골랐다. 이어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김태식)에 대해서는 “아이러니와 페이소스가 절묘하게 결합됐다”고 추천했고, ‘경의선’(박흥식)은 “꿈과 죄의식과 외로움이 서정적 영상에 실려 아프게 전해진다”고 해설했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신동일)은 “에로스와 공포가 뒤섞인 기괴한 이야기”라고 평했다.

단편-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와이드 앵글’ 부문 추천작으로는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3편의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다.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최현정)는 “작업과정에서 변화하는 감독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다”고 평가했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김덕철)은 “변화하는 한-일 양 국민의 관계를 6년 동안 촬영한 재일교포 감독 작품”이라고 설명했으며, ‘우리 학교’(김명준)는 “재일 조선인학교 학생들의 1년 생활을 차분히 그렸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