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드쇼어링' 심화…IMF "韓 전략산업에 타격" 경고
by김겨레 기자
2023.04.06 10:35:18
"미중 중심으로 경제블록 분열…亞직접투자 감소"
"韓·日·獨 등 中과 경제관계 깊은 국가에 피해"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우호국에 자본을 재배치하는 ‘프렌드 쇼어링’이 심화하면서 한국의 전략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미국 경제 블록에 속해 있으면서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IMF는 5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를 공개하고 2008년 이후 FDI가 감소하고 지정학적 동맹국인 국가 간 자금흐름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한 것이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국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양국 간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과 유럽에 대한 FDI는 증가한 반면,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FDI는 감소했다. IMF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소법(IRA), 반도체법(Chips acts) 시행이 본격화하면 국경 간 자본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최근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공급망을 다시 자국으로 가져가는 리쇼어링과 동맹국·우호국에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 관련 언급이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전략산업에서 리쇼어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미 경제 블록 안에 포함돼 있는 한국, 일본, 독일 등은 중국과 경제관계가 깊어 피해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 등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분야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로선 미국의 FDI 자금이 중국과 베트남을 떠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유럽으로 향하면서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캐나다와 한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경제 블록을 중심으로 세계가 분열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5년 이내에 1%, 장기적으로 2%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가 미·중 중 어느 한 국가를 선택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붕괴도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IMF는 진단했다.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FDI는 20% 감소했다.
IMF는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가 분열되면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이 영향을 받는다”며 “상대적인 승자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 경제는 더 가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경제적 분열을 추구하는 정책은 비동맹국 뿐 아니라 자국과 그에 동조하는 국가들에도 큰 경제적 비용을 수반토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