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윤 대통령은 무서운 사람, '97년 재난' 또 부를까봐"

by장영락 기자
2023.04.04 11:08:32

유시민,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 혼란상 지적
"여행비 600억 지원, 옳은 정책을 장난처럼"
"제대로 하려면 이념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
"무지, 무능, 태만이 97년 재난 불러들일까 겁나"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무서움’을 말했다. “1997년과 비슷한 재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뉴시스
유 전 장관은 3일 독립매체 민들레에 실은 칼럼에서 최근 정부에서 나온 여행비 지원 정책 등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상 혼란을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한 6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여행비 지원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정책은 윤 대통령이 평소 지론대로 “인기영합적 현금살포”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낸 지 하루 만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제학 전공자인 유 전 장관은 이같은 정부 정책상의 혼란이 현시점에 실제 필요한 경제적 대응과 현 정부의 경제 이념 사이 이반에서 나온 것으로 진단했다.

유 전 장관 거시경제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지난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나온 내수 활성화 대책에 대해 “시늉뿐인 대책”이라고 먼저 평가절하했다. 그는 특히 600억원 규모의 여행비 지원책에 대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총생산(GDP) 2150조원의 0.0028%에 불과한 예산이라 승수효과를 기대하더라도 내수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너무 미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이것은 국민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경제정책에 전적으로 무지한 대통령의 심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사업 아이템일 뿐”이라며 “의미 있는 정책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이 그런 목적으로 써준 말씀자료를 그대로 읽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거시경제학에서 쓰이는 국민소득 등식까지 소개하며 여행지원비와 같은 가계소비 지출을 늘리는 정책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규모가 장난 수준이라 하나마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왜 옳은 정책을 장난 수준으로 할까?”라고 되물으며 “제대로 하려면 이념적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현시점 정부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 필요성을 정부가 인정하면서도 균형재정, 정부지출 억제를 모토로 해 온 윤석열 정부 경제이념을 배반할 수는 없으므로 어중간한 정책이 결과물로 나왔다는 주장이다.

유 전 장관은 “민간가계의 소비지출을 진작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은 민주당의 정책”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정책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을 잡았다”는 말로 이같은 모순을 정리했다.

유 전 장관은 심각한 수준의 무역적자 누적을 지적하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 수출과 해외수주를 확대했다”는 대통령실의 자평에 대해 “한마디로 ‘헛소리’”라는 비난도 더했다. 그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며 윤 대통령이 줄곧 취해온 대중 강경노선이 대외 무역 여건을 악화시킨 것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끝으로 이같은 경제정책상의 난관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유 전 장관은 “경제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과 태만이 1997년과 비슷한 재난을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겁이 난다”며 경제 환난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