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재욱 기자
2021.08.03 10:43:03
화웨이 美서 쫓겨나고, 애플·나이키 中서 진땀빼는데
中 영토 확장하는 美 스타벅스·KFC·피자헛·맥도날드
중화사상 무찌르고 활약하는 배경은 여럿이지만
결국 `먹는 문제`…中식품사고 반복 불신 쌓인 영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미국 식품 기업의 활약을 보면 양국이 외교 무대에서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과 배치돼 눈에 띈다. 중화사상으로 무장하고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 중국 내 분위기와도 상반돼 특이하다. 유독 외식 산업에서 특히 미국 기업에 관대한 이유로는 `먹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흥미롭다.
3일 스타벅스가 공개한 3분기(지난 4~6월·회계연도 종료 9월) 보고서를 보면 중국 매장 수가 5000개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중국 매장 수는 5135개로 미국(1만5348개)을 제외하고 단일 국가 가운데는 가장 많다.
중국은 스타벅스의 핵심 시장이다. 중국 3분기 매출은 9억500만 달러를 기록해 글로벌 매출(16억5800만달러)에서 절반 이상(54%)를 차지한다. 스타벅스는 중국의 비중을 고려해 매 영업보고서마다 따로 실적을 공시한다.
중국 스타벅스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타벅스 본사는 2021년 회계연도 안으로 중국 매장이 600개 더 늘어날 것으로 제시한다. 이 기간 전 세계 매장 증가 예상치(2150개)에서 중국이 27%를 차지할 만큼 힘을 주는 시장이다.KFC와 피자헛의 중국 활약도 돋보인다.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윰 브랜드(YUM BRANDS) 사(社)의 2분기(3~6월)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중국은 KFC 매출의 28%를 피자헛 매출의 15%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 내 매장 수로 보면 KFC는 7166개, 피자헛은 2355개다. KFC 매장은 미국(3943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올해 두 브랜드를 합해 1만 매장을 돌파하는 게 목표다.
햄버거 회사 맥도날드의 중국 공략도 성공적이다. 맥도날드가 지난달 공개한 올해 2분기(3~6월) 보고서를 보면 매출이 58억87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6.5% 증가했다. 배경으로는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증가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활약은 양국의 외교 관계에 비춰 낯선 풍경이다. 미·중 양국의 패권 다툼은 기업 활동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은 것은 외교 갈등에 휘말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전형적인 미국 기업 스타벅스, 윰 브랜드, 맥도날드 활약은 눈부시기까지 하다. 본사가 모두 미국 본토에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요 주주도 전부 미국 자본으로 구성돼 있다.
세 개 회사의 주요 주주는 뱅가드 그룹, 블랙록 펀드, 마젤란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등으로 모두 미국 투자회사의 손을 타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는 미국 기업이 고전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애플은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고 나이키가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가 불매 운동에 휩싸여 진땀을 빼기도 했다.
중국 현지화 전략이 정확히 주효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스타벅스를 예로 들면 현지의 차 문화를 찻집 문화로 끌어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차 문화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유대를 중시하는 차원에서 스벅이 내세우는 `제 3의 장소` 콘셉트와 들어맞았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중국 매장을 미국보다 평균 공간을 넓게 확보한다고 한다. 중국 상하이 매장(843평)은 2019년 미국 시카고(983평) 매장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었다.
`먹는 게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맥도날드가 감자튀김 홍콩에 있는 마케팅 회사 SAMPi 사(社)는 지난해 9월 `중국 브랜드와 소비자 신뢰 문제` 보고서에서 `중국 일부 기업은 식품 스캔들에 연루돼 평판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로써 외국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