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좌충우돌 한달…흔들리는 리더십, 도전받는 정책

by방성훈 기자
2017.02.19 16:22:4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취임 한 달 만에 흔들리고 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나 관계부처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인물들까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내홍을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천명으로 동맹국들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 북한, 이란 등 적성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타임지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인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지지율이 40%에 머물렀다. 이는 종전 역대 최저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51%에 비해서도 11%포인트나 낮은 것은 물론이고 역대 평균인 61%에는 21%포인트나 못미쳤다. 취임 한 달 만에 허니문 기간이 끝나가고 있는 셈. 타임지는 과거 인기가 높았던 대통령들의 허니문 기간은 6~9개월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조치) 폐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3주 동안 행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정책 추진은 대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방점은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킨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찍혔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미 내부는 물론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킨 것. 샐리 예이츠 법무부 장관 대행이 반기를 들었다가 해임됐고 국무부 소속 외교관 1000여명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항명했다. 결국 미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법원 판사들을 ‘소위 판사’라고 비하했고 이를 계기로 반이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 결정을 우회할 새 행정명령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트럼프 일가와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각종 스캔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설’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내각이 언제 완성될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장관 15명 중 국회 인준을 통과하고 취임에 성공한 자는 6명 뿐이다. 부장은 3명 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무원 34명 중 14명만이 확정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같은 기간 40명을 내정해 절반 이상인 24명이 확정됐다. 민주당의 반대로 인선 작업이 지연되는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팀 내부에서의 검증 절차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국무부 부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앤드루 퍼드저 노동장관 내정자는 불법 체류자 고용 논란으로 인준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수행해야 하는 4000명 이상에 대한 임명 작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 치 혀에서 시작된 각종 발언들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며 독일에 환율조작 공세를 펼쳐 독일의 반발을 샀다. 또 북대서양안보조약기구(NATO) 방위비증액 요구, 유럽의 이민 정책에 간섭하는 발언, 해외 정상들에 대한 불손한 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울러 강력한 무역보복을 시사했던 중국에겐 ‘하나의 중국’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뒤집어 국제 사회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적대국인 중국과 이란, 북한 등은 물론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의 비난마저 사며 기존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적 경험이 없더라도 과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탓하거나 자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수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라고 지칭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공화당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탄핵론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온라인 서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것이라는 도박사이트의 베팅도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