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경제걱정은 뒷전..슈퍼위원회 이름이 `무색`
by민재용 기자
2011.11.22 15:08:25
美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등급강등 가능성은 낮아
정치권, 대선에만 골몰..대치 지속시 악영향 불가피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슈퍼위원회가 아닌 그들만의 위원회`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다시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마련하려던 슈퍼위원회의 활동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8월 채무한도 협상 여파로 미국도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재정적자 감축과 증세 이슈를 대선전에 활용하려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는 이미 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지난 8월 연방정부의 채무 한도 상향에 가까스로 합의했던 미 정치권은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재발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슈퍼위원회를 출범시켜 향후 10년간 1조 200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인 증세안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당내 강경파를 슈퍼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해 합의안 도출보다는 증세 이슈에 대해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정치 전문가들은 슈퍼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를 논의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데 더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상향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초래한 정치권이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현재 상황이 지난 8월과는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의 지출이 자동 감축되긴 하지만 실제 시행은 오는 2013년 1월부터여서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또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의회 협상력 부족 등 정치권 리스크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차례 강등한 만큼 이번 합의 불발로 또 다시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 발표 직후 미국의 현행 신용등급 `AA+`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으며, 무디스도 하향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내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슈퍼위원회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기다렸다는듯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인상을 고수했기 때문에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너무나 많은 공화당원이 타결을 거부했다"며 책임을 공화당에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날 합의 실패로 2013년부터 시작되는 자동 지출감축 조치를 무산시키려는 의회의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정적자 감축안 협상을 내년 대선을 앞둔 양당의 `기 싸움`으로 규정하고 양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합의안 도출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당이 재정적자 합의안 도출을 위해 대선 주요 이슈로 부상한 증세 관련 문제를 상대방에게 양보할 경우 지지층 이탈과 함께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상대방에게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일자리 창출 법안` 의회 통과를 놓고도 민주당과 격돌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에게 초반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이 경제 문제에 정치적 셈법을 적용해 대치를 계속할 경우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 경제가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위원회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등급 전망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피치는 무디스와 달리 미국의 신용등급 검토에 대한 결론을 이달 말까지 내리겠다며 등급 강등의 가능성을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