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제조업체 지난해 현금흐름 악화

by강종구 기자
2004.07.06 12:11:05

대기업, 투자하고도 현금 남아
중소기업, 은행 차입해 설비투자

[edaily 강종구기자] 자산규모 70억원 이상 제조업체중 절반 이상은 지난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내수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영업환경이나 자금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열심히 장사를 해 봐야 손에 쥐는 현금이 없어 은행이나 주식 및 채권시장에 손을 벌여야 하는 형편. 반면 대기업들은 밀려오는 현금을 주체할 수 없어 채권 등 유가증권을 대거 사고도 배당금을 주거나 차입금 상환에 몰두하고 있다. ◇ 보유 현금 매년 가파르게 증가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03년 제조업 현금흐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외부감사대상법인 제조업체의 보유현금은 업체당 평균 55.2억원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서 보유현금이란 기업이 기말 현재 갖고 있는 현금및 예금과 3개월 이내에 만기도래하는 유가증권 및 단기금융상품(현금등가물)을 의미하는 순수한 현금성 자산이다. 이 기준으로 조사대상업체인 4622개 제조업체가 보유한 현금의 총액은 약 26조원에 달한다. 2000년 1조8000억원, 2001년 1조9000억원, 2002년 2조5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거의 5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보유현금은 가파른 증가추세다. 보유현금이 급증하는 까닭은 판매활동 등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수입은 증가추세인 반면 투자를 하지 않으니 현금을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수입은 5년연속 투자로 실제 지출된 현금을 넘기고 있다. 또 재무측면에서도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차입을 하는 자금조달보다는 차입금상환이나 배당금 지급 등 유출이 5년연속 더 많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116억원이지만 투자활동으로 나간 현금은 86억원뿐이다. 업체당 유형자산에 투자한 순지출은 60억원 가량으로 외환위기 이전 1994~1997년 107억원의 56.6%에 불과하다. 그나마 감가상각 등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유형자산 증가에 들어간 현금은 2조9000억원(0.6%)뿐이다. 돈이 남아돌다 보니 차입금 상환이나 배당 등으로 업체당 평균 19억원을 썼다. 자사주 매각도 활발해 졌다. 영업활동에서 번 현금으로 투자를 하고 차입금 등을 갚고도 남는 현금잉여업체는 제조업 전체의 37.2%인 1720개 정도다. 반면 영업활동에서 오히려 현금을 까먹은 업체는 전체의 28.5%, 1317개 업체다. ◇ 대기업은 현금풍년, 중소기업은 잔고바닥 전체적으로 현금이 풍족해 보이지만 이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얘기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쪼달리는 형편이다. 지난해 늘어난 현금 4조9000여억원중 대기업 잔고 증가분은 4조5000억원 가량이다. 반면 숫자로는 80%가 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을 모두 합쳐봐야 고작 3700억원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업체당 평균 증가액도 대기업은 70억원이 넘는 반면 중소기업은 9800만원으로 1억원을 밑돈다. 지난해 4622개 전체 제조업체가 영업활동에서 끌어모은 현금은 54조원 정도. 이중 삼성전자 등 5대기업 몫이 34%, 금액기준 180조원을 넘는다. 또 삼성전자 단 한개 기업이 매출등으로 모은 현금은 9조8000억원이 넘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5분의 1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부진으로 지난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업체는 전체 제조업체의 과반수가 넘는 52.6%에 이른다. 영업이 부진하거나 외상매출이 늘어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것. 반면 현금흐름이 개선된 업체는 47.4%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4조원 어치를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유형자산투자에는 21조원을 썼다. 자사주매입 등을 통해 1조2500억원 가량의 자본을 줄였다. 차입금도 6조원 어치를 상환했다. 그러고도 4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유형자산에 총 6조2500억원가량의 현금을 지출했다. 이를 위해 1조3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발행했고 2조원 이상을 은행에서 차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