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다단계 돌려막기…1500명에 93억 사기친 일당, 불구속

by권효중 기자
2023.04.11 10:00:00

동부지검, 블록체인업체 대표 등 9명 불구속 기소
코인 상장실패하니 이름바꿔 또 발행
시세 하락 후 본격적 ‘폰지사기’
대표 등 회사 관계자, 47억 횡령도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인(가상자산)을 만들겠다며 블록체인 업체를 설립,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돌려막기’로 1000명 넘는 투자자들에 100억여원 피해를 낸 일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일부는 투자금이나 법인 자산을 개인적으로 빼돌리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동부지검은 블록체인 법인 대표이사 A(39)씨를 비롯해 사내이사 B(39)씨와 재무이사 C(45)씨, 투자설명 및 투자자 모집을 맡은 6명 총 9명과 회사 법인을 사기, 유사수신규제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2020년 12월~2021년 7월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를 설립 후 사업 설계와 투자자 모집, 투자 설명 및 홍보, 채굴기 및 전산 관리 등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체 발행한 첫 번째 코인이 상장에 실패하고 이후 발행한 다른 코인은 시세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여기에 코인 채굴기의 용량 부족 등까지 겹쳐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

결국 A씨 일당은 이번엔 해외업체 ’프로토콜 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인 ‘파일코인’에 투자하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앞선 가상자산이 문제가 될 때마다 새로운 후속 사업을 진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다. 이를 통해 이들은 투자자 총 1429명으로부터 약 93억원 가량의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돌려막기’를 진행하면서 전국적인 다단계 조직을 활용해 폰지사기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돌려막기’ 수법으로 기존 피해금을 상환했고, 다단계 방식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는 과학적·전문적 수사기법으로 가상자산 내역을 추적했고, 2021년 10월에는 회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채굴 구조와 가능한 채굴 용량, 실제 채굴된 용량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해 채굴된 코인이 없는데도 투자자를 모집해 대규모 피해를 낸 사실을 규명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 등 일부 회사 관계자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탈취한 이더리움이나, 법인 계좌에 있는 현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약 47억원 규모를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일부 피고인들은 파일코인 채굴 관련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지만, 추가 사실관계 규명을 통해 기소가 이뤄졌다고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파일코인 채굴 사기까지 추가로 기소해 관련 피해사실이 묻히지 않도록 방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