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인 또 의문사…루크오일 회장, 병원 치료중 추락사

by방성훈 기자
2022.09.02 11:39:49

루크오일 라빌 마가노프 회장 치료받던 병원서 돌연 사망
루크오일, 우크라 전쟁 종결 촉구 성명 발표한바 있어 의혹
러 에너지 기업인 잇단 의문사…에너지 무기화 연관성 의혹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최대의 민간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의 회장 라빌 마가노프(67)가 돌연 사망했다. 러시아 신흥재벌들의 의문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어 다양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고(故) 라빌 마가노프 루크오일 회장.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 BBC방송 등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언론을 인용해 모스크바의 센트럴 클리니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마가노프 회장이 병원 6층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루크오일은 성명에서 마가노프 회장이 심각한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타스통신은 자살이라고 보도했다.

루크오일은 세계 원유시장에서 2%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10만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199년 루크오일에 입사한 마가노프 회장은 2020년 회장이 됐다. 2019년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FT는 루크오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에 마가노프 회장이 목숨을 잃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월에도 알렉산데르 수보틴 루크오일 전 수석 매니저가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메이카 부두교 의식이 치러지는 무속인의 집 지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루크오일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촉구한 몇 안 되는 러시아 기업이다.



BBC도 러시아 고위 경영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연이어 숨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례 역시 잇단 의문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마가노프 회장까지 러시아 기업인 및 그 가족들이 의문사한 경우가 올 들어 8건에 달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의 임원이었던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의 한 빌라에서 부인·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프로토세냐의 몸에는 혈흔 등 아무런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달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의 금융부문인 가스프로방크의 부사장을 지냈던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딸과 시신으로 발견됐다.

7월에는 재계 거물 유리 보로노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근처 수영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까지 가스프롬과 북극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5월에도 가스프롬 관련 또다른 임원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이처럼 러시아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의문사하자,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