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기에 극단 선택 암시까지…2030 '영끌 코인 투자'의 위험한 이면
by공지유 기자
2021.04.26 11:00:00
'돈복사'에 솔깃한 2030, '영끌' 투자 열풍
"돈 불려주겠다"…지인 등에 사기 피해 잇따라
전문가 "2030 피해 증가…신중한 투자 필수"
[이데일리 공지유 조민정 기자] 최근 서울 한 명문대 학생들이 친구 A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비트코인 투자를 해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뒤 해외로 도주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한 뒤 형사 처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시장으로 ‘영끌’ 투자자들이 이동하며 이른바 ‘코인 광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이와 관련해 2030세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기간 내에 큰 수익을 얻은 사례가 전해지며 사회 초년생인 2030 투자자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사기와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전모(28)씨는 올해 2월부터 코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변에서 단기간 수익을 내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도 ‘돈 복사’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 전씨는 “주변에서 1억원을 대출받아 9억원의 수익을 낸 사람이 있는데 그게 두 달 뒤에 또 19억원이 됐다”며 “하루에도 수백% 수익이 가능하니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코인(투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영끌 투자’를 시작했다는 20대 임모씨도 “최근 일주일 만에 코인 수익률이 300%까지 오르는 것을 목격하며 ‘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코인 열풍을 노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사기도 기승하고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코인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도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최근 수천만원 상당의 코인 사기로 경찰서를 찾은 한 민원인은 “(상대방이) 자신의 수익과 통장내역까지 보여주며 투자를 유도해 넘어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A(28)씨는 “주변에 계모임 돈 몇천만원을 지인들 몰래 코인에 투자하는 등 코인에 정신을 뺏긴 사람들이 많다”며 “‘돈을 불려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손실이 나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몰두한 이들이 늘어나며 극단적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한 유명 유투버는 코인에 13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손실했다며 다시 오르지 않을 경우 극단 선택을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암호화폐 투자로 억대 손실을 본 30대 남성이 극단 선택을 하려다가 경찰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코인으로 인해 최근 여러 사회적 문제가 잇따르며 정부와 전문가들 역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19일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오는 6월까지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유사 수신, 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특별단속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거래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며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고수익’에 몰두해 극단적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가상화폐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2030 투자자가 유독 많아지며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잠잠해지니 코인으로 옮겨가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가상화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되긴 하지만 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혐의를 밝히기가 어렵다”며 “원금 손실과 위험 손실을 인지하고 건전한 투자를 한다면 극단적 선택 등 사회적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도 “비트코인 등 유명한 코인들은 비싸서 2030세대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을 이용해 새로 개발하는 가상화폐가 금방 가격이 오를 거라는 이유를 들며 투자를 유도하며 사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인은 누구도 그 가치를 보장해주는 상품이 아니어서 위험한 투자”라며 “잘 알고 있는 안정된 코인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