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공룡기업` 승인..공정위 `어찌하나`

by윤진섭 기자
2010.05.06 13:24:24

세계 2·3위 철광업체 기업결합 승인 `고심`
4월→6월→9월로 최종 결정 미뤄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2·3위 철광업체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세계2위와 3위 철광업체인 BHP빌리튼과 리오틴토는 작년 12월 말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바 있다. 현행법상 공정위는 지난 4월 말까지 승인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자료 보존 기간 등을 이유로 공정위는 결정을 6월 말로 한 차례 연기했고, 또 다시 9월 말이나 10월 초로 미뤘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외국 기업간 합병은 무사 통과해왔다. 작년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합병 등 30건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아무 조건 없이 통과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이 건에 대해서만 유독 심사숙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공정위가 이 사업에 대해 고심하는 데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포스코(005490)는 연간 3조원 가량의 철광석을 수입하는데, 이 중 65%를 두 업체에서 구매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철강을 공급하는 현대제철(004020) 역시 두 회사로부터 막대한 철광석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7.3%로 세계 1위 철광석 업체로 부상한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 뒤 철광석 가격을 올릴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국내 철광석 수입업체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내 철강업계는 공룡 원료회사 합병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사의 합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막대한 철광석 수입국인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이미 신일본제철을 중심으로 양사 합병과 관련해 철강 메이커에 대한 가격 지배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며 정부 당국에 승인을 내주지 말 것을 주문한 상태다. 중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양사는 철광석 생산 부문만 합작 회사를 만들어 합병하고 판매는 별도로 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장 독과점 우려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로선 우리 경제와 소비자에 피해를 줄 우려는 없는지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

공정위가 이 합병 사안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승인, 불허, 조건부 승인 등 3가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3가지 사안 모두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모른다"고 함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독점력 강화를 인정하고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는 등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날 경우 해외 기업이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문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중국, 일본, EU 등 철광 수입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메이저 철광수입국이 공동보조를 맞추면, 세계적인 철광회사라도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두 회사 합병에 공정위가 불허나 조건부 승인 등의 시정명령을 내리면 외국기업 합병에 조치를 내릴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가 외국 기업간 합병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