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05.02.15 13:21:22
[edaily 정태선기자] 홍석현 주미대사는 15일 공식 임명에 이어 미국 워싱턴D.C. 부임에 앞서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미대사로서의 자신의 역할, 대북론, 중앙일보 소유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홍석현 주미대사와의 일문일답.
-아그레망이 부여됐지만 미국측에서 조세포탈에 경우 막중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어 외교활동에 지장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미국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조세문제에 대해 미국사회가 어떤 입장인지 잘 안다. 이 자리가 99년 일을 말할 자리는 아니다. 그 일 이후에 세계신문협회장에 취임했고 연임이후 이번 사임까지 3년간 국제 언론사회에서 회장으로 있었다. 그 사람들도 나름의 판단이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가 대사직에 나를 임명한 것은 99년 사태(탈세사건)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희망하고 있고 청와대와 조율했다는 설이 있는데.
▲엄중한 때 막중한 책무를 띄고 임지로 떠나게 됐다. 신문사 발행인 사주로 많은 것을 고민하고 오늘 중앙일보 고별사를 통해 감회를 보였다.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작은 식견과 경험이 한미관계 동맹과 북핵문제 해결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기 바란다.
유엔 사무총장 문제는 아시아에 차기 총장자리가 주어질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누가됐건 한국인이 하게 되면 한반도 문제 관리나 국제사회 기여에 발판이 될 것이다. 어느 적당한 시점이 될 때 정부가 도와준다면 꿈을 갖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이 6자회담에서 인센티브를 주면서 북핵 반대할 수 있는지.
▲단독으로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 평화 외교적으로 6자회담 틀에서 풀겠다는 것은 당사자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큰 목표아래 주고 받기가 가능할 것이며, 우리는 우리대로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이 문제를 다뤄야 나가야 한다.
-발탁과 관련한 비하인드스토리(뒷얘기)가 있다면, 또 어떤 라인을 통해 제의를 받았나.
▲여러분(언론인)과 같은 입장에서 지금까지 세상을 봤다. 주미대사가 되고 싶다거나 주미대사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거나 제의를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 못했다. 대통령께서 생각을 하신 것으로 듣고 있는데 그 분 생각에 무엇이 있었는지 추측하긴 힘들다.
오랜동안 자유인으로 살아왔다. 보고를 할 필요없는 자리에 있었다. 이런 식의 임명절차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 지 판단이 안 선다. 이런 저런 고려 끝에 추천한 분이 몇 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대통령이 주미대사 자리를 발상한 것으로 이해한다.
-내정 당시 청와대는 한미간 정부채널은 좋은 반면, 미국의 지식인·시민과 관계개선이 필요한데 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했다. 지금까지 한미관계 전반을 평가해 본다면.
▲한미동맹 관계가 50년이 넘었으며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이래 여러 갈등이 있어 왔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이후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갈등관계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전까지는 반공을 국시 제일로 삼으면서 살아왔지만 이후 남북의 현실을 인정하고 대한민국 안에서 북한을 보는 여러 시각이 존재하면서 미국과 마찰이 시작됐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 여중생사망사건 촛불시위 등이 있었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반미구호가 여과없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간 새로운 관계설정이 대두됐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이런 문제가 국민들 마음 속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정상끼리 여러차례 만나 관계를 돈독히 했고 대미외교라인 총동원해서 슬기롭게 풀었다. 이라크 문제에서 보듯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정부간 정책공조간 빈틈이 없다.
다만 외교관계도 사람관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면서 감정이 상한 부분이 있다. 분명 우리사회내 반미감정이 있고 이에 상응한 미국내 반감이나 배신감 등이 있다.
한미관계 중대성을 볼 때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청와대나 외교부가 나를 통해 표출한 기대감은 정부간 신뢰를 바탕으로 오피리언 리더그룹 즉, 학계 언론계 등에 남아있는 감정앙금을 처리해 달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내 강경목소리가 대두되면서 북핵 위기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에대한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는지, 또 이에 대한 구상이 있나.
▲구정연휴 나온 북한 핵보유 발언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희망적인 바람 속에 나온 것으로 부담스럽다. 도달해야 할 목표는 북한까지 포함해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강경론자는 북한이나 미국 우리나라 6자회담에 어느나라에도 있을 수 있다. 강경론자-유화론자가 갈등있을 수 있지만 공조체제 아래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북 외무성 성명에도 언급했듯 미국의 `폭정 전초기지` 발언이나 북한인권 등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크게 봐서 부시2기 행정부가 역사에 족적을 남기려는 것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란 과제를 들고나온 것이다. 북한에도 적용되겠지만 중동에 단기적으로 문제될 것이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가치이며 이를 놓고 시비걸 수 없다. 다만 한반도 특수관계를 볼 때 진정한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진지한 대화와 의견교환을 통해 접근해 나가야 한다.
-언론사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는데. 중앙일보 소유지분 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구조를 사내·외이사가 망라된 이사회를 구성했다. 중앙일보 최대주주지만 상법상 재산이지 사유물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소유문제는 어떠한 지분처리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이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경우도 다양한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고 대주주나 그런분들의 사회활동이 소유에 의해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스크린쿼터 등으로 갈등있는데 복안있나.
▲한국과 미국은 FTA를 통해 한 단계 성숙 발전된 관계를 이룰수 있다. 현재 스크린쿼터 문제를 제외하고는 큰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문제도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해서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타결되길 희망한다.
-북한 외교부 성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양 측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북한의 성명 읽으면서 실망했다. 이해해 주는 입장에서 볼 때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이자는 의도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일관되게 해온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려운 입장에서 주미대사를 수락한 배경에는 나와 중앙일보가 보수지 가운데 일찍이 95년부터 일관되게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해 오고 기획을 해온 영향도 있다.
개인적으로 좀 따뜻한 맘을 가지고 북을 바라보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정책을 실천해 나갈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교 현실에서는 당근과 채찍이 존재하겠지만 말을 훈련시키는 최고 조련사는 각설탕으로만 조련할 수 있다. 가장 수준 낮은 조련사는 채찍으로만으로 조련한다고 한다. 현실에서 다 같이 사용할수 밖에 없지만 일류조련사를 지향해야할 것이다.
한미공조 민족공동체라는 차원에서 북미 남북간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설정할 것인지 쉽지 않다.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달하고 싶은 지점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위한 당근을 제공하고 또 인권개선이 되고 남북 북미 북일관계 등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LA에서 북한의 핵보유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일성 주석 사망이후 6년간 남북대화 진전없다가 2000년 6.15일 남북정상회담 열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클린턴에서 부시로 대통령 바뀌고 다시 한번 이런 위기 상황이 온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역사적 배경을 놓고 볼 때 노 대통령이 LA에서 한 발언은 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다만 배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예측못한 시점에 예측못한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원론적 얘기인지 모르지만 서로간 맘을 열고 대화의 장에서 이문제 접근한다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큰 원칙 속에 풀 수 있다. 북이 6자회담에 빨리 나오길 기대했는데 구정연휴에 있었던 일은 우리 모두에게 실망스런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