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략” 외친 3N 수장들…코로나19에 발묶여 ‘올스톱’

by노재웅 기자
2020.03.01 15:50:23

김정주·김택진·방준혁…잦은 해외 출장으로 유명
해외 사업 직접 챙겼던 오너십에 코로나19 ''제동''

(왼쪽부터)김정주 NXC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각사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급속히 늘고 있어, 넥슨과 넷마블(251270), 엔씨소프트(036570) 등 올해 해외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잦은 해외 출장으로 직접 사업을 챙기거나 시장 파악에 나섰던 대형 게임사 수장들의 발이 묶이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주요 게임사들은 예정돼 있던 주요 해외 출장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매년 초 글로벌 사업 점검 차 대표이사급 임원들이 직접 북미, 중국, 일본 등 해외법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왔던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한 해 사업 구상을 펼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 및 지역은 총 78곳이다. 이 중에는 중국(일부지역)과 일본, 태국, 대만 등 한국 게임사들의 핵심 수출지역이 대거 포함돼 있다. 넥슨의 경우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특히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중국 출시를 목표로 했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통해 회사 내외적으로 매출 ‘퀀텀 점프’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PC 온라인 원작 ‘던전앤파이터’는 매년 중국에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최고 인기작이다. 이 때문에 이를 활용한 모바일 버전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게임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최근 실시했던 중국 현지 테스트에만 1600만명의 기록적인 이용자들이 몰렸다.

아울러 작년 하반기에 출시해 넥슨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V4’도 해외시장 공략의 첫 번째 진출지역으로 대만·마카오·홍콩 지역을 선정한 까닭에 출발부터 삐끗거리게 됐다. 출시 초기 현지 맞춤형 이용자 행사나 이벤트가 수반돼야 하는 타이밍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출시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졌다.



김정주 NXC 회장의 ‘새판짜기’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한 해 동안 한국에 있는 기간보다 해외 출장이 더 잦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특히 작년 상반기 회사 매각이 물 건너간 이후 공격적인 해외 게임사 인수합병(M&A) 및 신규 투자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해외 출장이 예상됐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메가히트’를 기록 중인 ‘리니지2M’의 해외 진출 타진을 올해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르면 올 3분기 말 대만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출시가 기대되고 있어, 김택진 대표와 해외 공략을 이끄는 그의 동생 김택헌 부사장(일본법인 대표)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시점이었다. 엔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출국했다가 최근 돌아온 출장을 끝으로, 현재는 전사적으로 국내외 출장 중지를 결정한 상태”라며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출장 일정도 제한적으로 조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경우에도 매년 게임트렌드 파악 등을 위해 E3, 게임스컴, 차이나조이 등 주요 해외 게임쇼를 참관하고, 또 글로벌 사업 점검 차 북미, 대만, 일본 등 법인들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넷마블은 앞서 2월 개막 예정이었던 국제게임전시회 ‘2020 타이베이 게임쇼(TGS)’를 통해 신작 게임을 홍보하며 중화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이 행사에 60부스 규모의 전시관을 직접 마련해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 ‘일곱개의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대만 시장에 처음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전격 취소됨에 따라 ‘포스트차이나’로 대만시장을 정조준했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지난 2018년 출시해 넷마블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의 아시아시장 진출도 올 2분기 계획 중이었던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해외별로 지사가 존재하지만, 이들 업체의 수장들은 직접 해외 비즈니스를 주관하며 신사업을 펼쳤던 것으로 유명해 출장에 제약이 생긴 것은 곧 사업의 제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