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디트 씨티 CEO, 돌연 사퇴한 진짜 이유는?

by신혜리 기자
2012.10.17 13:41:28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비크람 팬디트(55)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한 배경에 대해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비크람 팬디트(55) 씨티그룹 CEO
팬디트 CEO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씨티그룹은 발전했다”면서 “지금이 다른 사람에게 경영을 넘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씨티그룹을 5년간 이끈 팬디트 CEO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은 씨티그룹을 회복시켜 현재까지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날 발표한 씨티그룹 실적 역시 시장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팬디트 CEO 후임으로 임명된 마이클 코뱃(52)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팬디트 CEO가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본인이 향후 몇 년간 더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사임은 더욱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팬디트 CEO에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등 주요 외신들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팬디트 CEO가 지난 5년간 반복적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자 이사회에서 사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팬디트 CEO가 금융당국과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주주들과도 마찰이 생겨 6개월 전부터 이사회에서 사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배당금 요구를 받았지만 올해 초 당국으로부터 재무건정선 검사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배당이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팬디트 CEO는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게 됐고 이후 이사회와도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팬디트 CEO는 월가 CEO들 중에서도 대체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디트가 다른 월가 수장들보다도 적은 보수를 받고 있었다”면서 의문점을 제기했다.

NYT는 그가 보너스와 업무추진비 등을 모두 합쳐 지난해 1190만 달러(130억원)를 씨티그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이미 디먼 JP모간 체이스 회장이 같은 기간 스톡 인센티브를 합쳐 2300만 달러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팬디트 CEO가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받은 연봉은 1650만 달러로 JP모간 체이스 회장의 지난해 연봉에 한참 밀린다고 NYT는 전했다.

팬디트 교체로 씨티그룹은 벌써부터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받는 등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씨티그룹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이 같은 발표에 CEO 교체에 따른 경영계획 혹은 전략 변화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뱃 신임 씨티그룹 CEO는 오는 11월쯤 전 세계 씨티임원들과 뉴욕에서 회의를 갖고 내년 운영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