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증시에 악재"-BW
by피용익 기자
2009.03.06 15:23:57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25% 하락
기대치 높았고 좌파정책에 놀라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적어도 월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허니문이 끝났다".
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의회 영향력도 강력하지만 주가만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P500 지수는 지난해 11월4일 대통령 선거일 이후 지난 4일까지 25% 가량 하락했다. 지난 1월20일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도 15% 빠졌다.
주가가 하락한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이후 글로벌 경제가 하강하면서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악화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다수의 투자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과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주가가 약세만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21일 티모시 가이트너가 재무장관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S&P500 지수는 이틀 동안 15% 올랐다.
주가는 1월까지 강세를 지속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한동안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기대감 때문이었고,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자 주가는 오히려 폭락했다.
독립 스트래티지스트인 더그 페타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새 정부가 마술이라도 부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였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레이놀즈 WJB캐피털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오바마가 증시와 경제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종목의 주가를 지나치게 치솟게 만들었다.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라는 인프라 건설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11월부터 1월 초까지 39% 상승했다. 그러나 올 들어 주가는 43% 빠졌다.
지난 2월10일 가이트너 장관이 발표한 금융안정계획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애널리스트는 "가이트너는 매우 실력없는 외판원과도 같았다"고 지적했다.
퀸시 크로스비 하트포드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은 확실한 것을 원한다"며 "시장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못해 결국 의혹과 소문만 들끓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좌파 성향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 기후변화 정책,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국민들에 대한 감세안 등 좌파적 정책으로 인해 보수적인 성향의 전문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는 것.
존 메릴 탱글우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바마 정부의 기본 어젠더는 예상했던 것보다 좌파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월24일에 발표한 건강보험 개혁 정책으로 인해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헬스케어 관련주도 약세로 돌아섰다. 데이비드 챌루프닉 퍼스트아메리칸펀드 주식 담당 헤드는 "이날 이후 헬스케어지수는 16%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서비스의 제프리 클라인탑은 "오바마와 가이트너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줄 기회를 놓쳤다"며 "따라서 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은 장기적 안목으로 주식을 사라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먼 훗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