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에 고유가"..기업들 초비상

by산업부 기자
2004.05.17 12:23:34

비상경영도 역부족 투자계획 재검토
"원가상승 제품가 반영 어렵다" 한숨

[edaily 산업부] 고유가로 국내 관련업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과거 유가가 인상될때는 제품가에 이를 반영, 수익악화를 피해왔으나 지금처럼 내수가 침체될대로 침체된 상황에서는 제품가 반영마저도 어렵다며 원가절감등 내부적으로 원가상승분을 흡수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가 앞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 1분기 유화업계는 원료가격 인상분 이상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켜, 고마진에 따른 기대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여의치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지나치게 높은 유가로 인해 소비심리 자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섣부른 제품가 인상은 급격한 수요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유화업계는 올해초까지만해도 나프타 기준가격을 톤당 260달러 안팎 정도로 예상했지만 중국과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나프타 가격이 1월 톤당 350달러를 기록한 이래 5월 현재 380달러를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LG화학, 삼성아토피나,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유화업계 대표기업들은 우선 사내전략회의 등을 통해 에너지 수급, 물류, 구매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거나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태다. 유화업계는 우선 에너지 절감방안을 실천하는 한편, 향후 유가 움직임에 따라 투자계획 재검토 등 사업계획을 수정해 나갈 방침이다. LG화학(051910)은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는 `에너지 절약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 절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생산공정 혁신 및 신제조 공법 도입, 에너지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술교육 투자 강화 등의 사업 전 부문이 참여하는 대대적 혁신운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회사는 2005년 절대 에너지 사용량을 2000년 수준으로 동결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수공장의 경우 열병합발전소 냉각탑에서 방출하는 에너지까지 보일러 급수로 회수해 연료비를 아끼고 있다. 또 에너지 손실을 막기위해 에너지 사용량이 큰 정제탑, 히터, 대용량 회전기기 등 장치들을 개선하고 있다. 삼성아토피나는 지난 13일 대산공장에서 고홍식 사장 주재로 `생존원가 달성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비상경영 돌입을 선포했다. 이 회사는 총 제조원가 중 에너지 사용 비율을 향후 3년간 18.5%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2800억원 수준인 에너지 사용비율을 2500억원 수준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당장 5월중으로 "에너지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100만평 규모의 대산공장 내 15개 단위공장별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에너지 로드맵"을 운영하는 등 에너지원의 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이밖에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도 주요 원자재 및 부자재에 대한 국산화, 다변화를 추진하는 방법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화업계는 근본적으로 범용제품으로는 유가등락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고부가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아토피나 백승천 과장은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시장가격에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 차별화 제품의 개발과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지난 2001년 600억원 수준이던 총물류비용을 450억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는 등 비용을 줄이는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최근 유가급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연초 평균 두바이유가를 25달러에서 30달러선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두바이유는 14년만에 최고치인 35달러를 넘어선 상태. 특히 비수기인 4월부터는 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으나 이 역시 예상이 빗나가 정유업체들은 현재 국제 유가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제품가격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SK(003600)㈜는 우선 안정적인 원유수급을 위해 장기 도입물량을 확보하고 현물시장에서 다양한 수입선을 발굴하는 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새로 신설한 R&I부서를 통해 페루 및 리비아등 해외의 자원개발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LG칼텍스정유는 원유가격 및 거래선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비상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이와함께 장기 도입물량과 단기 물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원유도입선 다변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유업체들은 지난 1분기 실적이 대폭 호전되는등 유가급등에 따라 마진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지만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소비가 급감하면서 오히려 영업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들어간 항공업계는 비상경영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업계가 할수 있는게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관계자는 "이미 고유가가 6개월 이상 지속됐기 때문에 지금은 선물 헤징도 어려워진 상황"이며 "비축분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고 고개를 내둘렀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 자체가 핸들링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거의 없다"며 "경제속도와 고도를 맞춰 연료소모율이 낮추는 등 항공유에 대한 에너지절약대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에 국제선 항공료가 일부 상향조정됐는데. 이것은 지난해에 승인받아서 한 것으로 또 올리겠다고 건의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항공은 이미 유가 비상계획따라 현재 2단계 바상경영대책에 돌입했다. 각 본부별로 운영비용을 조정하는 것을 비롯, 직원들 휴가를 적극 소진하도록 권유하고, 유류비 절감을 위한 항공기재를 경제적으로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게대가 잉여자산도 일부 매각하고, 불필요한 회원권도 매각하고 있다. 항공기에 대해서는 탑재 무게를 줄이는 방안, 출발지와 도착지 유가를 파악해 저렴한 지역에서 추가 급유를 받도록 하는 방안 유가에 대한 정보공유를 위해 퓨얼 탱커링 시스템을 개방하고 있다. 지난 1월말에는 스카이팀 회원사인 델타항공(연료관리위원회)과 벤치마킹을 위해 워크샵도 실시했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전사적인 연료 프로세스를 재정립, 항공유 구매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해 최적화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6시그마 기법 등을 통해 항구적인 전사(全社) 연료절감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자동차업체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장기적인 내수침체상황에서는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원가절감대책을 재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