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맞은 양대 노조, 서울 도심 수만명 집회…"모든 노동자 보호"

by이영민 기자
2024.05.01 15:40:05

1일 노동자의 날 맞아 양대노조 집회
노조법 개정 주장·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
조합원 3만여명 결집하며 서울 교통 혼잡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양대노조가 5월 1일 ‘134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광화문과 국회 앞에 각각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24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각 본부를 상징하는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거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확장 적용을 반대하는 등 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2024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집회 현장에는 소방구급대원 복장을 입은 조합원부터 휠체어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까지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2만5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흔들며 “이제는 퇴진이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연이은 재의요구권 행사를 비판하며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회는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해 12월 거부권을 행사했고 해당 법안은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노조법 개정 거부로 노동권을 박탈하고 방송법 거부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위협받지 않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국적과 인종, 성별과 장애 유무, 고용형태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국제사회도 연대했다. 뤽 트리앙글레(Luc Triangle) 국제노조 사무총장은 연대사 동영상을 통해 “노동조합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가장 큰 사회운동이다”며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더 많은 일자리와 인간답게 살만한 임금, 더 많은 권리, 더 많은 사회보장과 평등, 포용성을 위한 투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조합원 2만여명은 집회를 마친 뒤 숭례문 사거리를 거쳐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을 향해 행진했다. 국가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행진을 위해 차량 이동이 통제된 중구 세종대로 일대는 오후 3시 기준 시속 15㎞ 미만 수준의 차량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구, 인천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같은 날 한국노총 조합원 6000여명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사회는 인구절벽과 기후위기, 산업 전환의 복합위기국면에 이미 진입했다”며 “위기의 순간은 항상 노동자와 서민의 희생을 강요했고 특히 여성과 어르신, 청년들에게 가혹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에게 최저임금 차별이 시작되면 그 다음은 여성과 청년, 노동, 지역단위로 끊임없이 번져나갈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최저임금 차별적용 시도를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은 집회 현장과 주변에 경력 600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전국 162개 기동대를 동원해 집회 불법행위에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