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 이어 환율까지 오르니…중소기업 '삼중고'

by강경래 기자
2022.03.06 16:47:26

원·달러 환율 1217.5원, 1년 9개월 내 최고치
의료기기·주물 등 원료 수입 의존하는 중기 어려움
원재료 가격 올라도 제때 납품단가 반영도 못해
여기에 유가·금리까지 오르면서 이중고·삼중고 겪어
환율 상승 등에 연간 경영계획 재조정 움직임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중기 위해 정부가 ...

뿌리기업 공장 내부 전경 (출처=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래 이후섭 기자] “유럽 등지에서 원료를 수입하는데, 원·달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원료를 포함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됩니다. 환율과 유가 등 추이를 봐서 경영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중소 화장품 A사 대표)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복병까지 만나면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달러 강세)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르면서 중소기업을 옥죄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은 이중고, 삼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오른 121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6월 22일(1215.8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듯 원·달러 환율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면서 중소기업 사이에선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중소 의료기기 업체 B사 임원은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을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다. 반도체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조달한다. 특히 반도체는 수급난으로 인해 가격이 전년보다 5배 이상 오른 상황”이라며 “반도체와 기판 등 원자재를 달러 기준으로 매입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C사 대표는 “그간 원자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가 상승도 중소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전날보다 배럴당 7.4% 오른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A사 대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화장품 용기 원재료인 플라스틱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 앞으로 화장품 용기 가격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화장품 원료 가격 상승 흐름과 맞물려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기조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14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p(포인트)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열처리 업체 D사 대표는 “원재료 가격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니 걱정이 크다. 지금 당장 영향은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이럴 때 미리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등 준비에 나서야 하는데 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환율과 유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해 당초 수립한 올해 경영계획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B사 임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평균 1100원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현재 1200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수립한 경영계획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반도체 업체 E사 임원은 “반도체를 대만과 중국 등 해외에서 전량 위탁생산(파운드리)한 뒤 들여오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 구간을 1180∼1220원으로 예상했는데, 1220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 경영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등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 돕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수입한 뒤 중간재를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철강과 플라스틱 원료, 알루미늄 등 원자재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제때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어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올해 상반기 중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실시한다고 했는데,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를 조기에 실시해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울러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을 조달청이 일정 부분 물량을 비축하는데 이를 중소기업을 위해 푸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