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성장 1위 기업 현대중공업, 이유는 뭘까

by김현아 기자
2012.08.01 11:50:42

현대重, 수출 주력..근속연수 길어
내수기업, 서비스업, 중소기업 육성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4년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비금융 상장사 기준 )중 매출 증가율 대비 고용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포스코→삼성→한화→롯데→한진→LG→GS→SK 순으로 나타났다.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적 평가 순위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이명박 정부 집권 직전인 2007년 이후 2011년까지 4년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고용증가율과 매출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 기업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며 대기업들을 적극 지원했으나, 매출과 자산만 크게 늘었을 뿐 고용은 미미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출 대기업 육성만으론 국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이번 조사에서는 근로자 평균 근속 연수가 많거나 인수합병(M&A)이 적었던 기업들이 ‘고용없는 성장’ 선두 기업들로 꼽히기도 했다.

84개 상장사를 기준으로 할 경우 현대중공업(009540) 현대자동차(005380) 포스코(005490) 등 중후 장대형 기업의 고용지수가 크게 낮았다.

매출에 비해 고용이 가장 미미한 현대중공업그룹은 2007년 말 직원 수가 총 2만 9588명에서 2011년 3만 1232명으로 5.6%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18조 3813억원에서 34조 2241억원으로 86%나 늘었다.

매출증가율이 고용증가율을 1551.2%나 앞지른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직원 수가 2007년 10만 3049명에서 2011년 11만 7527명으로 14.0% 증가했지만 매출은 62조 9089억원에서 132조 7114억원으로 무려 110%나 불어났다. 이에 따라 고용성장률 대비 매출 성장률이 789.7%나 높았다.

포스코 그룹은 고용이 4년 동안 2만 986명에서 2만 5373명으로 20.9%늘어나는데 매출은 23조 7974억원에서 62조 2911억원으로 161.7%나 불렸다. 매출증가율이 고용증가율을 773.8%나 앞지른 셈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18.2년이나 되고, 정년 역시 60세로 다른 기업들보다 2년이나 높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최근의 추세인 고부가가치 드릴십 개발 등을 위해 (신규고용보다는)숙련된 근로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창립한 지 40주년이나 됐지만 IMF 때도 정리해고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면서 “2010년 매출액은 크지만 고용유발 효과는 적은 정유사(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게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수출역군으로서 글로벌화 전략을 펼치면서 현지 공장에 채용인원을 늘려왔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10대그룹중 매출 대비 고용증가율이 가장 양호한 곳은 내수업종인 SK(003600)와 GS(078930)그룹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2007년 1만 9132명의 직원을 2011년 3만 8866명으로 103.1%늘렸다.

반면 매출은 57조 원에서 67조 원으로 16% 느는데 그쳐 고용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GS그룹도 5692명의 직원을 1만 8510명으로 225%나 늘렸지만, 매출증가율은 127.5%로 고용증가율의 절반(56.6%)에 불과했다.

대체로 SK, GS, 한진, 롯데 등 내수 서비스업종의 고용지수가 높은반면, 현대중공업, 현대차, 포스코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된 기업들의 고용지수는 크게 낮았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을, 수출보다는 내수를,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대 그룹 84개 상장사의 총 고용인원은 2007년 44만3000명에서 2011년 58만명으로 30.9% 늘어났다. 반면 매출증가율은 371조원에서 653조원으로 75.8% 늘어나 매출증가율이 고용증가율을 2.5배 앞질렀다.

10대그룹 대표기업만으론 총 고용인원이 2007년 25만7000명에서 2011년 30만명으로 16.8%, 매출증가율은 209조원에서 345조원으로 64.9% 늘어났다.

이에 따라 매출증가율이 고용증가율을 385.4%나 앞섰다. 존속하는 대표기업들의 매출 대비 고용지수가 다른 계열사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