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공포가 시작됐다~~~아아아아아

by조선일보 기자
2008.03.13 14:00:40

세계 최고 낙하각도 77도
아시아 최고 속도 시속 104㎞

[조선일보 제공]  

▲ 롤러코스터 (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끔찍한 살인사건을 목격한 직후에도 천연덕스럽게 샌드위치를 먹는 'CSI 라스베가스'의 길 그리섬 반장. 그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리섬 반장이 솔깃할 만한 우든 코스터(wooden coaster·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가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3월 14일 선보인다. 세계 최고 낙하 각도(77도), 아시아 최고 속도(시속 104㎞)·낙하 높이(46m)…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타지도 않았는데 압도당한 느낌이다. '꺄아악' 하는 기나긴 비명 대신 '으악, 으악' 하는 짧은 비명을 뱉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포감을 조성한다. 수직에 가까운, 자유낙하에 버금가는, 번지점프보다 무서울 것 같은 77도짜리 첫 낙하는 구경만으로도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전 그럼 이만…"하고 뒤돌아 회전목마나 타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살짝 호기심이 발동한다. 한번 타고 나면 앞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에 용기를 내본다.

한 줄에 두 명씩 열 여덟 줄, 36명이 함께 탄다. '운명 공동체' 비슷한 묘한 동지애가 생긴다. 열차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듯 소리 없이 상승할 때까지만 해도 다들 말이 많다. "맘 바뀌면 지금이라도 내려도 되나요, 호호호" "이야…전망 좋네" 하고 농담을 주고 받던 탑승객들이 '으악' '헉' 같은 소리를 쉼표 삼아 2초간 침묵으로 돌입했다. 땅에 내리 꽂히듯 떨어지느라 비명 지를 여력조차 없다.

'낙하'가 끝났다 싶을 때쯤 본격적인 비명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8자를 그리며 회전하는 S코스와 급커브를 돌며 회전해 내려오는 나선형 코스에 이어 쭉 올라갔다가 휙 떨어지는 '낙타 등'이 무려 12번이다. 살짝 눈을 떴더니 각목 터널 같이 생긴 나무조각들에 머리에 와서 부딪힐 것만 같다. 얼굴을 두 팔 사이로 처박았다.

30분처럼 느껴지는 운행시간 3분이 지난 후 롤러코스터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빠져 나왔다. 짝짝 박수까지 치는 '강심장'들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얼마나 주먹을 꼭 쥐었는지, 손바닥엔 손톱 자국이 선명하다.

'다시는 타나 봐라.' 소시지처럼 흐물흐물해진 다리를 이끌고 흐느적거리며 걷는데 몸무게가 10분의 1쯤은 줄어든듯한 느낌이 몰려온다. 목 터져라 소리 지르며 바람을 가르는 사이 뇌 사이에 끼어 있던 각질과 피지가 말끔하게 사라진 것 같은 개운함이랄까. '다시 한번 타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으악' 소리와 함께 수직 강하하는 T 익스프레스가 쏜살같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 파크기획팀 김대석 팀장에게 롤러코스터가 왜 이렇게 무서운지 물었다. 김 팀장은 12년 동안 전세계 50여 개 도시의 놀이기구를 섭렵한 놀이기구의 달인(達人)으로 지금까지 타본 롤러코스터가 100종이 넘는다고 한다.





2000년 이후 전세계에 새로 만들어진 54개의 롤러코스터 중 43개가 우든 코스터일 정도로 나무 롤러코스터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스릴감이 더하다는 뜻이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나무 조각으로 꽉 차게 짜 만든 우든 코스터는 탑승객을 시각으로 우선 압도한다. 아울러 나무는 철보다 탄력이 있기 때문에 타는 중에 열차가 더 흔들리고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더하다.


어른이 일어서서 두 팔을 쫙 뻗을 정도로 큰 모형을 싣고 안전성 실험을 한다. 최홍만 선수가 두 팔을 한껏 뻗고 타도 절대 나무에 부딪히진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나무가 부딪힐 것 같이 느껴지는 건 빠른 속도로 롤러코스터가 전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 탓이다.



T 익스프레스는 시작 지점에서 56m까지 올라간 후, 그 다음부터는 다른 동력 없이 '떨어지는 힘'으로 움직인다. 77도 강하 때 속도는 시속 104㎞쯤 된다. 높은 건물에서 쇠구슬과 깃털을 던졌을 때 깃털이 훨씬 느리게 떨어지는 것처럼, 공기 저항 때문에 가벼울수록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다. T 익스프레스는 사람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번지점프 하는 것보다 빠른 속력으로 떨어진다.


가만히 서있을 때도 사람의 몸은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을 받는다. 평상시 중력의 힘이 1G다. 롤러코스터가 힘차게 올라갈 때는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므로 G는 마이너스가 된다. 반대로 떨어질 때는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니 G가 급상승한다. G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되는 찰나 순간적으로 0G의 상태, 즉 무중력상태가 된다. 'T 익스프레스'의 경우 최고(떨어질 때) 4.5G, 최저(올라갈 때) -1.2G의 힘이 몸에 작용하며 총 12번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중 느끼는 중력 값이 6G, 바이킹의 중력 값이 2G 정도다.



'무섭다'기보다 '상쾌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좋은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는 로스앤젤레스 '식스 플래그스(Six Flags)'에 있는 '엑스(X)'라는 롤러코스터를 최고로 꼽고 싶다.




▲ 에버랜드 우든 코스터 T 익스프레스 /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 에버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