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 증언의 허점들

by백종훈 기자
2008.01.14 14:28:02

극동건설 감자해놓고 외환카드때는 개념 몰랐다?
갑작스런 법정출석 배경은 요청이 없었기 때문?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존 그레이켄 론스타 펀드 회장이 갑작스레 입국해 법원과 검찰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증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재판과정에서의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겠다며 비교적 성실히 증언했다.

하지만 그레이켄 회장의 증언중엔 명백히 모순되는 점들이 발견되고 있어, 조사과정에서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의 주장 요지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 감자(減資)를 추진했었지만 여러 어려움 때문에 일주일만에 철회한 후 감자없이 합병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2003년 11월19일 감자개념을 재무자문사와 엘리트 쇼트 부회장으로부터 처음 보고받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승인했다"며 "금융상의 감자 개념(Finacial Concept of Capital Reduction)은 알았지만 실제 절차·과정은 몰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레이켄 회장이 2003년 11월 감자(減資) 개념을 처음 접했다는 증언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론스타가 2003년 5월 극동건설 지분 91.9%를 인수한 후 유상감자를 벌써 실시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론스타가 인수한 극동건설 이사회는 2003년 9월24일 유상감자를 결의했다.
 
론스타가 갖고 있던 극동건설 주식 1300만주를 극동건설 회사돈으로 주당 5000원에 사들이게 함으로써 인수 4개월여만에 무려 650억원을 챙긴 셈이다.

론스타는 이듬해 6월에도 극동건설 회사 돈으로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사게 하는 유상감자를 재차 실시, 875억원을 챙겼다.

이 같은 기록은 론스타가 감자 개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중요한 투자정책과 최종 승인은 모두 내가 한다"면서도 "한국 투자기업에 감자를 시도한 사례는 없다"며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
 
그는 감자가 주가하락을 일으키는 것을 잘 알고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 추궁에 "미국에서 감자 개념은 흔치 않다"며 "감자가 주가하락을 일으키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외환카드 재직직원은 "1990년대 초부터 세계 각국에 수천건의 투자를 해온 글로벌 사모펀드 CEO인 그레이켄 회장이 감자란 금융기법을 2003년 11월19일 처음 알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이 각종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 수년만에 법정에 출석한 이유도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2006년 9~11월 수사협조 요청때 협조하지 않더니 이제서야 입국해 증언하는 이유가 뭐냐"고 캐물었다.

그레이켄 회장은 "증언 의사는 있었고 한국에도 몇차례 왔지만 검찰이 날 부른 적이 없다"며 "이번엔 피고인인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변호인측이 요청해 증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이 한국을 드나든 것은 검찰의 기소중지 처분 등을 받기 전이며, 그 이후에는 입국이나 조사 등에 응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그렇다면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률고문은 왜 체포영장 청구에도 불구하고 입국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레이켄 회장은 "그들에 대한 사유는 잘 모른다"며 비켜갔다.

금융권은 그레이켄 회장이 자유로운 자본교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맞아 재판 종결에 협조, HSBC로의 외환은행(004940) 매각을 마무리지으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특히 데이비드 엘든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이 HSBC에서 40여년 근무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 이익금 송환은 보장돼야 한다"고 발언해 고무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오늘(14일)부터 그레이켄 회장을 피의자 자격으로 비공개 출석시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은행 사건과 외환카드 사건에서 각각 기소 중지와 참고인 중지 조치를 받았으며, 지난 10일 새벽 10일간의 출국정지 조치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