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흔든 무라카미는 누구?

by이태호 기자
2006.06.02 14:51:33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2일 일본의 유명 주주운동가 무라카미 요시아키가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일본 증시가 크게 술렁였다. 특히 무라카미 펀드가 투자한 주식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치는 충격을 맛봤다.

무라카미 펀드 지분이 11.4%인 `마쓰자카야` 주식은 매도잔량만 남겨둔 채 하한가로 오전장을 마쳤고, 5.2%인 `유센`은 16% 급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 출발했던 닛케이 225 지수도 소위 `무라카미 충격`으로 0.5% 하락해 오전장을 마쳤다. 하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전날보다 1.84% 오른 1만5789.31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무라카미 펀드가 니혼방송의 지분 취득 과정에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혐의는 올해초 부정회계로 상장폐지된 인터넷 포털 `라이브도어`의 경영진과도 관련돼 있다. 라이브도어는 지난해 니혼방송 인수를 위해 `후지 TV 네트워크`와 경쟁하던 중 대규모 니혼방송 지분을 취득했었는데, 이 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니혼방송의 최대주주였던 무라카미 펀드는 후지 TV가 2005년 1월17일 니혼방송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하기 직전 추가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했으며, 이중 상당부분을 라이브도어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2005년 2월8일 라이브도어는 시간외 거래를 통해 니혼방송의 지분 35%를 인수했다고 말했고, 무라카미 펀드의 지분은 2004년의 18%에서 2005년 2월말 3.44%로 급감했다. 하지만 무라카미 펀드는 이 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무라카미 요시아키(45)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주주 운동가`와 `비도덕적 자산수탈자`란 수식어가 모두 붙을 수 있다. 옛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인 그는 지난 1999년 `오릭스 파이낸셜 서비스` 등에서 조달한 40억엔을 밑천으로 무라카미 펀드를 설립했으며, 현재 이 펀드 규모는 4000억엔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라카미는 195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무역상이었던 부친으로부터 받은 100만엔을 자본으로 10살때부터 주식투자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때부터 투자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도쿄 대학 법학부를 졸업할 당시에는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개인 자산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무라카미는 주주운동이 전무한 실정이었던 일본에서 의류업체 `도쿄 스타일`의 경영쇄신을 이끌어 내면서 처음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그는 다수의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하고,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덕분에 TV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그는 무라카미 펀드 설립 후 오릭스를 포함한 그의 지원자들에게 수년 동안 연 15%에 달하는 고수익을 돌려줬으며, 이러한 그의 능력으로 `신의 손`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스스로를 `구조조정(turnaround) 아티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무라카미는 최근 영업의 거점을 싱가포르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