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영환 기자
2002.07.30 13:56:16
[edaily 박영환기자] 상반기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자회사 및 출자회사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닷컴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들 닷컴기업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경영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 우선 상반기 닷컴기업의 매출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온라인광고 부문이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할지 불투명하다. 새 수익원으로 부상한 전자상거래는 경쟁이 격화하고 있고 아바타, 컨텐츠 판매 등 거래형 서비스 매출도 제자리 걸음이다.
특히 그동안 닷컴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창업투자사들이 하반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를 동결하거나 줄일 계획이어서 닷컴 기업들은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일부 대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돈가뭄`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추가펀딩`을 받지 못한 일부 코스닥 미등록 기업을 중심으로 닷컴기업들이 올 연말쯤 제 2의 벤처대란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닷컴기업들, "미리미리 대비하자"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자회사인 다음솔루션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다음솔루션이 IT경기 불황속에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며 모회사에 지분법 평가손을 안기는 등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다음솔루션 외에도 부실 자회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도 1분기중 출자회사 한 곳을 정리했다. 옥션 관계자는 "출자사 정리는 향후 재무적인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출자회사의 부실로 본사까지 발목이 잡히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옥션은 지난 4월에도 희망퇴직을 실시, 전체 인력 190명 가운데 30%정도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로 한때 네티즌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마이클럽 닷컴은 최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철수했다. 마이클럽은 이를 통해 80여명에 달하던 직원수도 절반가까이 줄여 고정비용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도 전체 인력의 40%가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챌은 상반기 매출 105억원에 회사창립이후 처음으로 영업익 3억원을 냈지만 고정비용지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 매출도 곧바로 현금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집 줄이는 이유..하반기 경영여건 악화 우려
올 상반기 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에 육박해 닷컴 전성기이던 1999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광고 부문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는 벤처업계의 당면과제인 수익구조 개선에도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부문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월등히 높고 수익을 내기 위한 추가투자도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라인 광고시장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월드컵 이후 비수기를 맞은 광고시장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온라인 광고시장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달초 업종별 4대 매체 기준 3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7월 광고경기실사지수(ASI)를 조사한 결과 76.9를 기록,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고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반기 인터넷 업계의 매출신장에 한 몫을 한 전자상거래 부문도 최근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진입으로 경쟁이 격화,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하반기 전반적인 경영환경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투사 돈줄 죄기..설상가상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 벤처캐피털은 고유사업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더욱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닷컴 기업 100억 순익시대를 연 NHN이 연거푸 예비심사에서 떨어지는 등 코스닥 등록여건이 갈수록 엄격해져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벤처캐피털도 급격히 늘어 올들어 벤처캐피털수는 지난해에 비해 11개나 줄어들었다. 무한투자와 한국기술투자 등 주요 캐피털들은 하반기 벤처투자규모를 줄이거나 동결하고, 대신 기업 구조조정 사업 등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술투자(KTIC) 한 관계자는 "모 인터넷 경매업체에 투자했으나 코스닥 예비심사에서 떨어져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지금처럼 코스닥 등록 여건이 엄격한 상황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에 등록하지 못한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벤처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돈줄이 갈수록 말라가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등록이나 창투사를 통한 신규자금 수혈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제 외부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투자가들이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터넷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