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한복을 '한푸'로 소개…中모델은 "한복, 중국이 원조"
by권혜미 기자
2022.02.06 22:32:11
모델은 중국인 유튜버…"한복, 한푸로부터 영향" 영상 게재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미국의 유명 패션지 보그(Vogue)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화보에서 한복(韓服) 디자인 의상을 ‘한푸(Hanfu)’로 소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보그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복 풍의 의상을 입은 여성 모델의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1892년 창간된 보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미국 패션지로, 현재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26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보그는 해당 옷에 대해 “한푸”라고 소개하면서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역사적 의복 양식 가운데 하나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푸 마니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푸 애호가의 수가 2019년 356만 명에서 2020년 600만 명 이상으로 거의 곱절 가까이 증가했다”며 “웨이보에서 한푸 검색량이 48억 9000만 회가 넘고 틱톡에서 한푸 관련 영상의 조회 수가 477억 회 이상”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사진에 등장한 모델 ‘시인(Shiyin)’은 중국인 유튜버로, 지난 2년 동안 “한푸는 한복이 아니다. 역사를 존중하라”, “한복은 한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혐오가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엔 한국인들이 찾아와 “패션지라는 곳이 한복을 중국꺼라고 표기하고 있냐”, “한복은 한국 고유의 것이다”, “우리가 치파오를 한국 꺼라고 우긴 적이 있냐”, “글로벌 패션잡지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콘셉트를 잡아라” 등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한복은 중국이 원조’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중국의 ‘샤이닝니키(Shiningnikki)’라는 모바일 게임에서부터 비롯됐다.
| ‘샤이닝니키’에서 선보인 한복 테마 의상.(사진=‘샤이닝니키’ 공식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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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출시 당시 ‘샤이닝니키’는 한복 이미지를 티저 영상과 SNS에 내보내며 홍보에 열을 올렸고, 이를 본 중국 유저들은 “한복이 명나라 의상과 비슷하다”, “한복은 조선족의 의상이니 곧 중국의 옷”이라고 따지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중국 누리꾼들은 국적표기를 해달라며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고, ‘샤이닝니키’ 측은 “앞으로도 중국의 전통과 국가의 존엄을 지킬 것”이라는 사과문을 게재한 뒤 급히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했다.
|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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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중국 56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외교부는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