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사망 반발시위로 몸살…트럼프 “軍투입” 강경대응 예고
by방성훈 기자
2020.05.31 20:00:00
美전역서 닷새째 플로이드 추모 시위…폭력 사태로 격화
트럼프 “폭도 용납 못해…軍투입할 것” 강력 경고
나이키, 인종차별 외면·무관심에…‘돈 두 잇’
|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백인 경찰에게 목을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경찰차를 전복시킨 뒤 차량 위에 올라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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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전국적인 폭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인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당초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추모 집회가 미국 전역에 걸친 인종차별주의 반대 항의·폭력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
보수·진보에 이어 인종 간 분열도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위기 국면 속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한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격화하고 있는 폭력 시위를 맹비난하며 연방군대 투입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0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에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 22개 주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지난 25일 아프리카계 미국인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장시간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처음엔 평화 집회로 출발했으나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하면서 폭력시위로 비화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주정부는 29일과 30일 각각 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하고 곳곳에서 밤샘 집회를 벌였으며 일부는 방화를 저지르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DC에서는 백악관 인근까지 진출한 시위대가 비밀경호국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진압대를 향해 물건과 흉기를 던졌다. 뉴욕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트럼프타워로 진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폭력을 동반한 충돌이 빚어져 경찰 차량 40대 이상이 부서지고, 경찰관 12명이 다쳤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경찰이 시위대 저지를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경찰차를 불태웠다. 휴스턴에서는 경찰관 4명이 다치고 경찰차 8대가 파손·전복됐다. 이외에도 미국 각지에서 경찰 차량과 정부 건물 등이 파손됐으며, 많은 경우가 방화, 약탈, 폭력 등을 동반한 폭동 양상을 띄었다.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애틀랜타·덴버·시애틀 등은 잇따라 야간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도시는 최소 25개주로 집계됐다.
일부 주정부는 방위군을 투입해 폭력 저지에 나섰다. 미네소타에선 30일까지 방위군을 기존 700명에서 2500명까지 세 배 이상 늘리기로 했으며, 조지아·오하이오·콜로라도·위스콘신·켄터키주와 워싱턴DC 등도 주 방위군을 이미 배치했거나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경찰 진압대가 플로이드 추모 시위대가 발사한 화염 물질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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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연방군대 투입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발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찰이 경찰서를 버리고 도망치고, 시위대가 장악한 것을 봤다.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하고 멍청한 일은 본 적이 없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외지인 폭도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대는 언제든 부름이 있을 경우 준비돼 있고,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다. 우리는 병력을 시위 현장에 매우 빨리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도 성명에서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원을 요청하면 현지 군부대의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며 “필요시 신속히 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민간인 시위대를 상대로 연방군대를 투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된다. 1807년 제정된 반란사태법에 따르면 주 의회와 주지사가 요청하면 민간 소요 사태에도 연방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초 추모 시위가 폭동으로 변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새벽 트위터에 시위대를 ‘폭도’(thugs)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적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문구는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것으로 인종차별주의 시각을 대표하는 발언으로 여겨진다.
플로이드 추모 시위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변질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부에선 인종차별주의를 경계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이날 ‘돈 두잇(Don’t do it)’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1분짜리 영상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나이키는 영상에서 △미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하지 말라 △인종차별에 등을 돌리지 말라 △무고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좌시하지 말라 △뒤에 숨어 침묵하지 말라 등 ‘알면서 쉬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영상은 현지시간으로 31일 새벽 2시 기준 7만 4000회 이상 리트윗 됐으며 조회수는 510만회를 넘겼다. 나이키의 경쟁사인 아디다스조차 영상을 공유했다. CNN은 “‘저스트 두 잇’ 문구로 유명한 나이키가 이를 활용해 미국 내 인종차별주이에 일침을 가하는 메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