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윤석열 장모 사건, 대통령 장모도 이런 대접 못 받아"

by박지혜 기자
2020.04.01 09:22:10

신라젠 사건 언급..."윤석열, 날 손 볼 시간 없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를 언급하며 “대통령 장모도 이런 대접 못 받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방송에서 윤 총장 장모에 대한 그동안의 수사에 대해 “이 정도면 유야무야 지나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윤 총장이 장모의 혐의를 알고 있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윤 총장이) 최소한 알았거나 알고도 묵인·방조했거나 법률자문을 제공한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사건 가능성은 이 과정에 윤 총장이 개입한 경우”라며 “그런데 이런 경우인지 아닌지 이 분(윤석열)이 총장을 하는 동안엔 알아볼 방법이 없다. 자기가 자기 수사를 해야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윤 총장 장모의 혐의를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혐의와 비교하면서 “총장 직인이 찍힌 대학 표창장보다 350억 원짜리 예금 잔고 증명서 위조가 더 큰 범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방송 캡처)
윤 총장의 장모는 지난달 27일 은행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전 동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에게 지난 2013년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350억 원을 예치한 것처럼 은행 잔고 증명서를 가짜로 만든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 씨와 동업자인 안모 씨는 김모 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 1일 100억 원, 6월 24일 71억 원 등 잔고 증명서 4장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검찰은 최 씨가 4월 1일 증명서를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도촌동 땅을 매입할 때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지 못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위조 증명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변호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안 씨에게 속아 잔고 증명서를 만들어줬다”며 “자신이 오히려 수십억 원대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 씨는 최 씨가 위조문서를 가져와 자금 융통을 부탁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최 씨와 안 씨는 땅을 사들이면서 안 씨의 사위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계약해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도 잔고 증명서 위조에 공모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이번 방송에서 “검찰을 잘 아는 법률가 분이 검찰이 구속돼 있는 어떤 CEO의 문제를 저와 엮으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뭐 쫄리는 게 있으면 긴장하겠는데 내가 쫄리는 게 없다. 극우 유튜버들과 언론이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내가 감옥 갈 것이라고 떠들어 대고 어느 지검에 신라젠 수사 인력을 윤 총장이 보강했다고 할 때 언론에 제 이름이 나와서 ‘진짜 그런 걸 뭘 하려고 그러나?’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윤 총장이 장모와 부인 사건 때문인지 요즘 활동을 더 안 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신천지 압수수색도 소극적이었던 것을 봐라. 윤 총장이 날 손 볼 시간이 없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이른바 ‘신라젠 사건’은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지난 1월 해체되자 금융조사 1부에 재배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쏠렸다. 윤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수사력 약화 우려가 나오자 수사팀 보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업체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 행진을 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 전 최대 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임상 중단과 관련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보수진영에선 여권 인사가 신라젠 행사에 참여한 증거가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유 이사장이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신라젠의 최대 주주인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부탁으로 축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이사장은 한국일보를 통해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며 “무슨 의혹인지 몰라도 그런 게 있으면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윤석열(검찰총장) 사단이 나를 그냥 놔뒀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