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근절?..KT스카이라이프·KTH 사장 공모 나선 이유는..

by김현아 기자
2018.02.13 10:07:19

KT스카이라이프, KTH 처음으로 CEO 공개모집
지금까지는 KT본사에서 내정
이번에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지만 이사회 다수는 KT임원
KT그룹 "전문가 찾고 싶다"..업계 "정부와 인연있는 인물 올 것" 예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그룹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와 T커머스 업체 KTH가 대표이사(CEO) 공개 모집에 나섰다.

KT그룹 자회사가 CEO를 공개적으로 모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본체 회장 선임의 경우 민영화된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회장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절차를 밟았지만, 자회사 CEO 인사는 KT에서 진행해왔다.

이남기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SBS 사장 출신)나 오세영 전 KTH 대표이사(KBS 글로벌한류센터장 출신)모두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실은 KT에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KT스카이라이프는 2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KTH는 2월 14일부터 28일까지 CEO를 모집하기로 했다.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아 심사한 뒤 이사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사장 자격요건으로 ▲최고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 ▲방송/미디어 및 관련분야의 지식과 경험 ▲방송법 제 13조 등 관련 법령상 사장 후보로 결격사유가 없는 자 등을 꼽았다.

KTH 측은 최고경영자로서 ▲회사의 비전 및 전략방향 설정 능력▲리더십 역량 그리고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추진 능력 등을 꼽으면서, 공모와 더불어 복수의 기관에서 추천 받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이사회에서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후보자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와 KTH에서 신임 CEO를 확정하게 되는 이사회는 KT 임원들이 다수여서 공모를 하더라도 KT의 인사권이 작동할 전망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사임한 이남기 대표이사 외에도 김윤수 KT파워텔 대표이사,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강국현 KT스카이라이프 부사장, 송경민 KT 그룹경영단장 등 4명의 이사가 KT임원이며, 사외이사로는 박인구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부회장, 권행민 대림대 사무처장, 이등원 법무법인 명문 대표변호사, 홍기섭 KBS보도본부장 등이 있다.

KTH의 경우 사임한 오세영 대표이사 말고도 송경민 KT 비서실 그룹경영단장, 윤경림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김형욱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 유희관 KT 마케팅부문 미디어사업본부장 등 4명의 KT임원들과 박정익 법무법인 탑 변호사,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3명의 사외이사들이 있다.

KT 관계자는 “KT에서 몇몇 전문가를 KT스카이라이프 등에 영입하려 했지만, 본인이 고사하면서 외부에서 폭넓게 전문가를 찾고자 공개 모집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한 정순균 씨 등이 KT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CEO 영입에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미디어 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 왔었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가 되지 않겠냐”면서 “공개채용을 통해 인재를 뽑으려 해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