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실적 `독주`-KB `고전`..CEO 리스크 `제각각`

by좌동욱 기자
2010.10.07 12:11:11

KB금융 3Q 순익 3000억 미만..우리금융 4500억
신한금융 5800억 안팎..6분기 연속 1위 고수
KB금융 `빅배스` 효과..우리금융 `민영화` 변수

[이데일리 원정희 좌동욱 민재용 이준기 기자] 지난 2분기 `어닝 쇼크`를 경험했던 국내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점차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지난 3분기에도 지속됐으나 2분기 만큼 크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신한금융(055550)이 지난 3분기에도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금융(053000)과 하나금융은 증권사들의 추정치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금융(105560)지주는 증권사의 추정치에 못미치며 고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러한 실적 전망에는 각기 다른 유형의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5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 2분기 순손실 3350억원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 4일까지의 14개 증권사 예상실적 평균(컨센서스) 3846억원과 비교하면 70% 안팎의 수준이다.
 
다만 KB금융이 현재 충당금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 결과에 따라 순이익이 1000억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기업금융 비중이 가장 큰 우리금융은 3분기 4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2분기 순손실 410억원에서 흑자전환한 것으로 12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 4271억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지난달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자, 이달들어 우리금융 예상 실적을 3000억원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3분기 순이익을 2분기 수준인 58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컨센서스 6237억원보다 낮지만, 최근 PF대출 충당금 추가 부담을 반영한 예상 실적보다는 조금 높았다. 하나금융도 2분기 1808억원 보다 많은 2000~25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예상, 증권사 컨센서스와 비슷했다.



2분기 실적을 좌우한 가장 주요 변수는 지난달말 강화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건전성 분류 기준(모범규준)에 따른 충당금이었지만,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은행별 사정에 따라 달랐다. 



KB금융은 2분기 은행권 최대 규모인 1조498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 PF 충당금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가장 컸다. KB금융 주력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3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6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평년 수준보다 20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쌓을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도 8월초 7019억원(하나대투증권)에서 10월초 1046억원(유진투자증권)까지 6000억원 가량이나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영 방침은 지난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전임 경영진의 과실을 한번에 털어버리려는 `빅 배스(big bath)` 효과 때문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 덩치를 볼 때 정상적인 분기이익은 4500~5000억원 수준"이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KB금융이 투자자 신뢰보다 CEO 개인의 성과를 우선시한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새로운 PF 모범규준에 따라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실적은 증권사 예상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PF 모범규준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액은 약 180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으나, 전체 충당금 전입액은 3000억원에 그쳤다. PF 대출 충당금을 빼면 평년 분기 수준. 연말 우리금융 정부 지분(57%) 매각 입찰이 진행된다는 점, 또 내년 3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 등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신한금융은 현재 경영진 `빅3`간 소송·폭로전이 전개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장 높았으나 수익성 지표는 가장 안정적이다. 신한금융은 순이익 기준으로 작년 2분기 1위로 올라선 후 6분기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익 규모도 매분기 5000억~6000억원으로 안정적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금융회사로 CEO의 역할은 제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고 금융당국의 경기순응성 완화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4분기 이익을 소폭 줄이고  내부 유보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 `빅3`에 대한 검찰과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 공백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작년말 올해초 KB금융 처럼 회사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은 회사 경영진이 안정돼 있고 4대은행중 건설·부동산 여신 규모가 가장 작아, 작년초부터 분기 2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있다.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권 여신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구조조정이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변수가 있지만 은행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3분기 하락했던 순이자마진(NIM)이 4분기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은 올해말 인력 구조조정 변수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