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이젠 전설로 남는 80년대 팝문화

by김서나 기자
2009.07.02 13:50:06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80년대 복고 트렌드가 절정을 이룬 시점에서 이 시대를 대표하던 두 아이콘 마이클 잭슨과 파라 포셋이 세상을 떠났다.

떡 벌어진 어깨, 부담스러운 배바지, 찢어진 데님과 레깅스, 그리고 요란한 컬러플 메이크업과 얼굴이 파묻히는 바람머리 등 80년대 룩은 트렌드로 재등장해도 한편으론 조롱거리가 되었었는데 하지만 이제 두 스타에 대한 회고와 함께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아이디어가 넘쳤던 80년대 팝문화도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파라 포셋은 TV시리즈 '미녀삼총사'의 오리지널 멤버. 비록 76~77년 한 시즌 후 셰릴 래드에게 바통을 넘기고 시리즈에서 하차했지만 텍사스 출신의 금발 미녀 포셋은 80년대까지 눈부신 미소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풍성한 웨이브 헤어는 90년대에 제니퍼 애니스톤이 레이첼 컷을 유행시켰듯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8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미녀삼총사 외에도 다양한 해외 TV시리즈들이 방영되었는데, 미스터 T의 'A-팀'과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로 만들어 준 '블루문 특급', 컬러플한 남성복 패션을 보여준 '마이애미 바이스' 등 어드벤처, 탐정물들이 많았다.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도 봇물을 이뤘는데, 강수연, 조용원, 하희라 등 국내 하이틴 배우들도 물론 주목을 받았지만, 해외스타들의 사진으로 코팅한 책받침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등이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다룬 학원물들이 은근히 많았고, 롭 로우, 쥬드 넬슨, 데미 무어, 앨리 쉬디 등 당시 '브랫 팩'으로 불리던 배우들이 많은 작품에서 번갈아 공연하며 유스 컬쳐를 이끌었다.

80년대 영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SF. 스타워즈와 스타트렉 시리즈가 7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82년에 발표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가 공상과학영화의 붐을 일으켰다.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거나 기획, 각본에 참여하며 자신의 상상력을 불어넣은 작품만 해도 '그렘린', '폴터 가이스트', '백 투 더 퓨쳐', '8번가의 기적', '환상특급' 등이 있고, 이외에도 기발한 스토리의 SF영화들이 넘쳐났다.

외계인도 배불뚝이 ET와는 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새엄마는 외계인'에선 킴 베이싱어가 외계 생명체로 나타났고, '코쿤'의 외계인은 8등신 미녀 가죽을 벗어보였으며, '에이리언 2'의 외계인은 시고니 위버를 위협하는 무서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쥐를 잡아먹던 TV시리즈 'V'의 외계인도 좀 유치하긴 해도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80년대가 컬러플하게 물들게 된 데엔 MTV의 공이 컸다. 81년에 개국한 MTV는 보는 음악으로 뮤직씬의 판도를 바꾸었다. 듀란 듀란, 왬, 그리고 '게이'라는 개념을 많은 대중에게 알린 보이 조지의 컬쳐클럽 등 영국 출신의 꽃미남 그룹들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수퍼모델들도 뮤직비디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외모를 내세운 영상들을 밀어내고 댄스의 장을 연 마이클 잭슨. 83년 'Billie Jean'을 발표한 마이클 잭슨은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 물론 멋진 댄스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같은 해에 열렸던 모타운 레코드의 25주년 기념 공연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라는 팝의 황제가 탄생한 역사적인 무대였다.

모타운 출신의 전설적인 가수들이 자리한 이날, 잭슨이 무대에서 보여준 문워크는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쇼킹한 퍼포먼스였고 이후 마이클 잭슨은 팝스타를 꿈꾸는 많은 국내외 가수들에게 댄스 교본이 되었다.

그 어떤 시대 못지않게 독창적이고 제멋대로였던 80년대. 다듬어지지 않은 개성 때문에 촌스럽다는 평가도 따라다녔지만, 80년대 팝문화는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보물 상자처럼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