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다이빙하는 기분”

by조선일보 기자
2007.05.18 15:24:55

6월 첫 내한공연 갖는 팝스타 아길레라
“기본이 중요 아이돌 스타 아닌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

[조선일보 제공] 90년대 세계 대중음악계를 정리하고 새 천년을 연 것은 풋내 나는 아이돌 팝 스타들이었다. 백 스트리트 보이스, 엔싱크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였다. 아길레라(Aguilera)역시 데뷔 초에는 성적(性的) 매력을 앞세웠다. 하지만 또래들을 능가하는 확실한 장점이 하나 있었다. 가수의 기본이지만 자주 외면됐던 가창력. 거기에 4차례 그래미 수상, 최근작 ‘백 투 베이직스(Back to Basics)’에 대한 호평으로 그는 요즘 최고의 엔터테이너이자 아티스트 대접을 받는다. 그가 6월 23·24일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백 투 베이직스 투어 인 서울’. 이메일을 통해 만난 그는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봐야 할 공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제가 콘서트를 보러 갈 때마다 느꼈던 것, 실제 투어를 하며 구현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표현할 거에요. 전 완벽주의자이기도 해요. 그런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머리 속 환상을 현실로 옮겼으니 볼 만 하겠죠? 절대 지루하거나 심심할 틈이 없을 겁니다.”

▲ 6월 23·24일 내한공연을 갖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공연기획사 B4H제공

그간 2500만장 앨범 판매고를 올린 그는 데뷔 때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비교돼왔다. 돌발적인 결혼과 삭발 등으로 ‘사고뭉치’로 분류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비해 아길레라는 ‘스타성’은 떨어지지만 음악적으로는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

‘라이벌’ 브리트니 스피어스와의 관계를 묻자 “다른 누군가와 비교를 당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 두 사람은 팝 음악이 폭발하던 시기에 데뷔 했죠. 그녀를 포함, 모두들 무언가를 빨리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업계에 있는 이상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아티스트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최소한 전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가수들을 닮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라며 “아티스트에게 음반사는 늘 빨리 새 앨범을 내라고 압박하는 존재지만, 전 제 원칙, ‘양 보다 질’을 단 한 번도 양보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2006년 앨범 ‘백 투 베이직스’는 고풍스러운 재즈와 블루스의 느낌에도 충실했다. 관악기와 신시사이저가 일궈내는 복잡한 화음을 뚫고 솟구치는 그의 목청이 빛을 발한다. 이 앨범으로 그는 지난 2월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상을 받았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음악은 ‘기술’이 되어선 안 돼요. 음악은 정서와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제 원칙에 충실한 작품이죠. 음반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오티스 레딩, 제임스 브라운, 빌리 홀리데이 등의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그는 “요즘은 제작 기술이 발달해 보컬을 좀 다듬고 컴퓨터로 여러가지 작업을 하면 이름 난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그럴 듯한 음반을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저는 반대로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음악적 영감을 얻었던 1920~40년대의 스타일을 원천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주로 어머니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피아노 연주자였던 어머니는 재즈와 블루스에 심취했었고, 이는 어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블루스는 참 대단해요. 아주 깊은 고통에서 시작된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아름답잖아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각지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여러 국가에서 살았던 것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그는 앨범발매와 투어를 “매번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다이빙을 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또 “10대 팬들의 환호에 둘러싸였던 99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며 아이돌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