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언급 안 했는데"..6000원 소주에 업계 화들짝

by김화빈 기자
2023.02.28 10:24:09

정부 실태조사 압박에 인상계획 없다 공개선언 줄줄이
주류→식품업계로 인상자제 압박하는 모양새
농식품부, 식품업계와 물가안정 간담회 갖기로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업계에선 말도 안 했는데 소주가격이 오른다니 황당하다.” 최근 불거진 ‘소주 1병 6000원 시대’ 논란에 정부가 업계 독과점 등 실태를 조사하겠다며 인상자제를 당부하고 나서자 주류업계는 인상압박 요인이 있음에도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국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000080)는 27일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결정한 조치”라고 말했다.

맥주업계는 오는 4월부터 맥주 1ℓ당 기존 855.2원에서 885.7원으로 세금이 오르는 만큼 세금 인상분을 출고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의 엄포에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이날 당분간 맥주 출고가격 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소주 가격 인상 우려는 업계가 아닌 소비자들로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2월 소주 업계는 약 3년 만에 소주 가격을 8% 가까이 올린 바 있다. 소주 업체들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7.8% 인상하자 같은 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005300)는 참이슬(7.9%)과 처음처럼(7.7%) 출고가에 인상분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식당가에선 이미 소주 1병에 6000원이 넘어가기도 했다. 다만 이번 우려는 연초 병뚜껑과 빈병 등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다시 주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엄포가 나오자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식품업계도 계획을 철회하는 모습이다. 풀무원(017810)은 내달 1일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물가안정을 촉구하는 정부 움직임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장관 주재로 10여개 식품업체들과 만나 ‘물가 안정’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오뚜기, 오리온, 롯데제과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