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지한 父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고통..아들아 미안하다"
by김민정 기자
2022.11.24 10:12:34
"尹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 원해"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故이지한 씨, 故송채림 씨의 아버지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유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라고 말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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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송씨의 아버지는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 29일 사고 소식을 딸의 친구들에게 전해들었다고 했다.
대전에 살고 있다는 그는 “당시 친구들도 우리 딸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못 하니까 저희한테 ‘길바닥에 지금 누워 있다’, ‘자기들이 지키고 있었다, 지키고 있다’고 말을 했다”며 “그런데 일괄적으로 귀가조치를 하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쫓겨난 거다. 그렇게 딸의 시신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모르니까 애들도 저도 12시간 넘게 찾아 헤맸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후 송씨는 12시간 이상이 지난 30일 정오께 경찰에게서 딸이 송탄 장례식장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운전을 못 할 것 같아서 기차 첫 차를 예약해놓고 아이들과 계속 전화통화를 했다”며 “서울역에 도착한 후 남대문 경찰서, 이태원 주민센터, 순천향대 병원 등을 계속 왔다갔다 하다가 12시에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故 이지한 씨 아버지는 지금도 이 상황이 말로 표현이 안된다며 참사 이전과 이후는 드라마나 영화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29일 이전까지는 저희 가정은 정말 재벌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었다”며 “그날 이후부터 아침 해가 뜨는 것이 무서웠고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고통이었다. 하루가 너무 길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유가족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지 않자 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나서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티에프(TF)’를 꾸려 유가족 등을 모집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송씨는 “많이 분들이 위로를 해주시지만 전혀 위로가 안 됐다. ‘내가 뭘 해야 하나, 내가 뭐를 할 수 있나’ 혼자서 고립된 것은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그 기사(민변 TF)가 난 것을 보고 문자를 보냈고 연락이 됐다. 그래서 민변이 도움을 주는데 찾아가서 유가족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이렇게 고립돼서 혼자 속앓고 계신 분이 아마 굉장히 많을 거다”며 “저 같은 경우도 이 단체톡방에 들어와서 서로 사연 이야기하고 내 딸 사진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다른 희생자분들의 사진 보면서 사연 보면서 위안받고 이게 사실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희생자 사진들고 눈물 흘리는 유족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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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민변의 도움을 받아 참사 24일 만인 지난 22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 진정한 사과 △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생각나서 하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며 “또 사람을 잘못 쓴 것에 대한, 국내 안전을 지키지 못한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송씨 역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이런 정도가 아니고 저는 공식적인 사과 담화문 발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전날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조사 대상에는 대통령실 일부가 포함됐고, 실제 조사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두고 협상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안 심의 이걸 협조해 주면 이거 해 줄게’ 이게 국민들이 느끼는, 희생자 가족이 느끼는 그런 슬픔이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당략을 위해서 그 무엇도 다 이용하는, 국민들의 대표라는 사람들의 과연 올바른 처사인가.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