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팔고 산 삼성증권 직원에 法 "과징금 처분 합당"

by남궁민관 기자
2020.08.30 16:12:03

전산오류로 들어온 주식, 시가로 팔아 치우고
곧장 다섯차례 걸쳐 낮은 가격으로 재매수해
과징금 2250만원 부과에 불복하고 소송
法 "증권사 직원 상식 아냐…가격 왜곡 일으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전산상 잘못 입력된 소위 ‘유령주식’을 팔고 산 삼성증권 직원에 대해 과징금 처분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이데일리DB)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삼성증권에서 근무한 우리사주 조합원 A씨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삼성증권은 2018년 4월 6일 우리사주 담당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의 현금이 입금되는 것으로 입력하는 대신, 우리사주 1주당 1000주의 주식이 입고되는 것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실제 발행되지도 않은 삼성증권 ‘유령주식’이 무려 28억주가 우리사주들의 계좌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고, A씨의 계좌에도 83만8000주가 들어갔다.

A씨는 5분여 만에 전량을 시장가에 매도주문을 내 2만8666주를 총 11억1807만원에 팔았고,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자신이 팔았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같은 물량의 재매수했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과징금 225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기에 당연히 매도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상태에서 매도의사 없이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대해 매도주문 버튼을 클릭해 본 것”이라며 “예상과 달리 매매계약이 체결되자 즉시 잔량에 대한 매도주문을 취소한 다음 매도된 수량의 재매수에 착수해 실제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권선물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좌에 전산상으로 오기 입력된 내용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기반으로 잘못된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조차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오기 입력된 주식이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증권업체 임직원으로서 전상상 주식거래를 직업적으로 일삼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원고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맹목적으로 전산 오류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매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원고 스스로 전산상 오기 입력된 주식에 대해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것을 확신했다면 굳이 매도주문 버튼을 클릭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11억원 이상의 매매계약이 체결되게 한 이상, 이는 나머지 다른 정상적인 삼성증권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