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 48회 : 희대의 사기꾼들-김선달 vs 데니스 호프
by김일중 기자
2017.12.04 09:59:21
우리나라 사기꾼의 원조는 봉이 김선달이랄 수 있다. 실존 인물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의 사기 행각을 통해 기상천외한 사기 수법과 함께 조선 후기 한반도의 사회상을 대충 짐작할 만하다. 본명 김인홍, 호는 낭사 평양 출신. 성씨 뒤에 선달이 호칭이 붙었으니 문과나 무과에 합격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사람 정도로 넘어가자. 봉이라는 별호를 얻게 된 내력부터 끼가 흘러넘치는 사나이다.
김선달이 닭집 앞을 지나다 볏이 멋있는 닭을 보고 주인에게 그 닭이 ‘봉’이냐고 물었다. 주인은 아니라고 했다. 김선달이 가지않고 묻고 또 묻자 주인은 행인이 장난치는 줄 알고 장난삼아 ‘봉’이라고 했다. 비싼 값을 쳐주고 그 닭은 산 김선달은 관아로 달려가 “귀한 ‘봉’을 사게 됐습니다. 이는 분명 고을에 좋은 일이 생길 징조입니다. 그래서 원님께 바치기 위해 가져왔습니다”라며 원님에게 바쳤다. 아무리 봐도 봉이 아니라 닭인지라 원님은 김선달의 볼기를 쳤고 김선달은 눈물을 흘리며 “저는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러자 원님을 닭장수를 불러 다시 볼기를 쳤다. 볼기가 터진 닭장수는 원님 앞에서 약속한 대로 김선달에게 닭 값으로 받은 돈의 10배를 물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사기행각은 조선 팔도를 주무르다 대동강으로 이어진다.
하루는 김선달이 대동강가 나룻터에서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들을 만났다. 그는 물장수들을 데리고 주막에 가서 얼큰하게 막걸리 한잔을 사주면서 ‘내가 동전을 줄테니 내일부터 물을 지고 갈 때마다 내게 동전 한닢씩을 던져주고 가 달라며 그들에게 동전을 나누어 주었다. 다음날 김선달은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성 동문을 지나는 길목에 의젓하게 앉아서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엽전을 헛기침 크게 하면서 점잖게 받아 챙겼다. 길가다 우연히 이 광경을 보게 된 한양 상인들이 있었다. 상인들은 김선달에게 사정사정한 끝에 주막으로 모신 후 대동강 물 파는 권리를 사고 싶다고 신신당부했다. 김선달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대동강을 어떻게 팔수 있느냐”고 버틴다 “대동강을 물려받을 아들이 없는 처지를 한탄하던 판이니 권리를 양도하겠다”며 크게 선심쓰듯 계약서까지 버젓이 쓰고 넘겼다. 무려 4000냥. 당시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200년전 조선에 김선달이 제법 뛰는 놈이었다면 현재 우주에서 펄펄 나는 놈이 있다. 미국의 데니스 호프.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던 데니스 호프(69)는 1980년 달 전체 부동산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달라고 샌프란시스코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969년 7월 16일 오전 9시 32분 아폴로우주선이 달에 도착한 후 지구촌은 우주 개발에 엄청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에겐 직접 피부에 와 닿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제력 있고 호기심 많은 이들에겐 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재미있고 이야기 꺼리가 충분히 되지 않은가. 축구장 10배 정도의 달 땅이 내 소유라고 해보면 된다. 법원은 그의 황당무계한 주장에 콧방귀를 뀔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뒤엎고 ‘원고는 다른 국가나 관련 단체들에게 자신이 왜 소유권을 달라고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하에 데니스 호프의 달 전체 부동산 소유권을 법적으로 인정해 줬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국답다’고 할 수밖에 없는 대목.
법원이 소유권을 인정해주자 그는 ‘달대사관’이라는 회사를 차린 후 1에이커(4000㎡, 축구장 한 개 크기)당 24달러에 달의 토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등기 등 제반비용을 포함해 한화 4만원.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지난 38년간 193개 국가의 570만명 이상이 달 토지를 구입했다. 구입자 면단에는 조지 W 부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전 미국 대통령과 톰 크루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클린턴 이스트우드 등 유명 연예인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명이 가까이가 이 회사를 통해 달 토지를 구입했다. 데니스 호프는 달에 이어 화성과 금성의 토지도 같은 방법으로 팔아 그동안 무려 1100만달러(약 123억원)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강을 팔기 위해 김선달이 투자한 돈, 데니스 호프가 투자한 돈은 과연 얼마일까? 사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