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승유 "미소금융 잘되면 서민금융기관 제자리 찾아"

by민재용 기자
2010.08.30 12:33:08

"미소금융 인프라구축 성과..중견기업 참여 추진"
"자원봉사자 참여 확대 절실..연고대 강좌 개설"
"안정적 재원 위해 휴면예금관리법 조속히 통과돼야"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이데일리 인터뷰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저신용 저소득자 등 서민 금융 지원을 기치로 내건 미소금융 사업이 시작된지 어느덧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출범 초기 사업정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미소금융 사업은 현재 전국에 63개 지점을 개설하고 총 5000여명의 서민에게 290여억원을 대출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데일리는 지난 26일 하나금융그룹을 이끌며 미소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만나 미소금융 사업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특히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 사업 등의 활성화가 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서민금융 기관들이 서민지원 역할을 확대하는 등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소금융사업이 정착돼 있는 `대전 도마큰시장`의 경우 사채업자가 사라지고 인근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이 서민대상 대출 상품의 금리를 크게 내렸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까지 구축된 미소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지난 4, 5월까지 주춤했던 미소금융 대출 실적이 7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미소금융의 저변 확대를 위해 현재까지 대기업과 금융권만 참여했던 미소금융 사업에 중견기업의 참여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5억원 정도의 자본이면 한개 점포는 충분히 낼 수 있다"며 "소규모라도 미소금융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중견기업이 꽤 된다"고 전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질 수록 운영 경비가 많이 들어 이를 절감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이를 위해 미소금융재단은 지점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개설해 운영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미소금융 사업의 가장 든든한 재원 역할을 할 수 있는 휴면 예금이 미소재단에 의무적으로 출연되도록 현재 국회에 계류된 `휴면예금관리재단법`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 지점이 지역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시설물에 무료 또는 낮은 임대료로 입점할 수 있게 되면 운영비가 크게 줄어들수 있고, 현재 의무가 아닌 휴면예금의 재단 출연을 법제화하면 미소금융 재원이 크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회장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 미소금융사업이 시작된지 8개월 지났다. 중앙재단 이사장으로서 현재까지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큰 성과라면 전국적인 지점망 구축을 통해 미소금융 사업에 대한 서민들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국에 63개 지점을 열었는데 연말까지 100여개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또 미소금융 관련 기관의 정보와 업무를 연계하는 미소금융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갖추는데 노력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의 노력으로 지난 7월이후 대출 실적이 대폭 늘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 질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미소금융 사업의 저변확대가 중요하다는 설명인데, 지점 개설외 어떤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지
▲내년에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미소금융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한 곳의 미소금융 점포를 내는데 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처럼 여러군데 지점을 개설하지는 못해도 기업 연고지 등에 1개의 점포는 개설할 여력이 있다. 실제 중견기업들 중 미소금융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곳이 여러곳 있다. 참여한 기업의 이름을 붙여주고 미소금융재단이 위탁관리 형식으로 운영하면 미소금융 사업의 저변확대와 기금모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올해 2학기부터 연세대와 고려대 경영학과에 마이크로 크레딧 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실무 교육과 현장을 경험토록해 미소금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참여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출지원 뿐 아니라 자원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 보통 미소금융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생업 때문에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생들을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미소금융 수혜자들에게 창업·경영 컨설팅, 일손 지원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자원봉사단을 통해 제공하게 되면 미소금융 수혜자의 사업 조기 안정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소봉사단을 통한 자활·자립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경우 미소금융 사업의 정착은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금융 시장의 왜곡 현상을 불러오는 등 금리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햇살론 이용하는 사람이 신용등급이 더 높은데도 미소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금리가 더 높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미소금융재단의 재원은 모두 기부금으로 채워졌다. 이는 미소금융이 어느정도 시혜적인 사업이라는 뜻이다. 미소금융 사업이 상업적으로 운영된다면 일반 대부업체와 다를 게 뭐가 있나. 다만 돈을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낮은 금리라도 이자를 꼭 받는다. 또 이자를 잘 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에 이자율을 차등해 적용할 계획이다.

금리도 세분화활 필요가 있다. 200만원 빌려 쓰는 시장 노점상 할머니와 3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빌려쓰는 사람간에 금리 차이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이러한 차등을 두는 것이 오히려 미소금융사업의 장기적인 성공에 도움이 된다. 
 
- 미소금융 사업의 활성화가 서민금융기관이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대전의 도마큰시장의 경우 미소금융 사업이 활성화 된 이후 사채업자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그곳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서민금융 기관이 대출금리를 내렸다. 이처럼 미소금융 사업이 활성화되면 전체적으로 서민금융 기관들이 대출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서민금융 기관의 대출 금리 인하는 결국 서민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

사실 그간 서민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본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금융 사업을 벌여왔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이 서민 금융 영역에서 제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 미소금융 같은 사업이 나올 필요도 없었다.



- 미소금융 사업을 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이 아쉬웠던 부분은.


▲미소금융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휴면예금관리재단법`이 조속히 통과됐으면 좋겠다. 현재도 5년이상 움직임이 없는 휴면예금은 미소재단에 출연하게 돼 있지만 이 게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출연하는 금융기관도 있고 그렇지 않는 금융기관도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법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사업이 커지다 보니 경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 있어서 지점을 개설할 때 지방자치 단체 등 공공기관에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입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센터에 미소금융 지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아울러 미소금융 자원봉사단과 미소금융 사업을 잘 하고 있는 사업장 등에 정부가 표창을 해줬으면 좋겠다.

-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미소금융 사업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었나
▲몇해 전부터 세계 유수의 은행들을 보니 이런 종류의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갖게됐다. 그간 금융 회사들이 어려울 때 기업과 고객들에게 등을 돌린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금융회사들도 이러한 사업을 통해 일정부분 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은 사업 초기라 국내에만 사업 영역이 제한돼 있지만 우리가 한 2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자리를 잡으면 다른나라에 가서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산 역사`로 통한다.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의 임원으로 발탁된 후 줄곧 하나금융을 이끌어왔다.
 
특히 1997년부터 2005년까지 8년동안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충청·보람·서울은행 등 3개 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국내 금융권 M&A(인수·합병)의 귀재 또는 승부사로 불린다. 이를 토대로 하나금융을 국내 4대 금융회사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최근 진행중인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 "조직이라면 성장 욕심이 있다"는 말로 우리금융에 대한 M&A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어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시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5년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한 뒤에는 지주사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2월부터는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중앙재단) 이사장직을 겸직하며 국내 `마이크로 크레딧`(소액서민대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다.


 
▲1943년 서울 출생 ▲1961년 경기고 졸업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76~1980년 한국투자금융 증권부장, 영업부장 ▲1980년~1991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상무, 전무 ▲1991년 하나은행 전무 ▲1997년 하나은행장 ▲2002년 통합 하나은행장(하나+서울은행)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2009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