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실전 돈굴리기)펀드투자는 꿈과 시간에 투자하는 것

by황창규 기자
2006.09.18 16:33:27

자금 목적·기간 고려해 장기투자 해야

[이데일리 황창규 컬럼니스트]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들이 변합니다. 변화는 늘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는 변화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기치 않은 변화가 생기면 불안해 하고, 혹시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두려워합니다. 변화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상황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 상황의 낯설 음이나 익숙함이 아니라, 그 중간에 존재하는 시간입니다."(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인생 수업` 中)

“이게 뭐야 가입한 지 2달 만에 마이너스 10%라니… 속상해 죽겠어요.” “내가 펀드 들어갈 때인 5월 초가 고점이었네. 이젠 신문에 나오는 경제전문가 말 못 믿겠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50대 전업주부 한씨는 정기적금이 만기가 되자 만기자금과 그간 불입하였던 적금의 월 불입금과 같은 금액으로 국내성장추구형주식간접투자신탁(이하 `펀드`라고 한다)과 이머징마켓 해외재간접투자신탁에 나눠 투자했으나 5월 들어 글로벌 증시와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 여파로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를 보이자 매우 불안해했다. 필자는 이머징마켓의 최근 회복세와 하반기 실적주 중심의 상승세가 예상되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몇 가지 리포트를 제시하면서 단기 수익률 움직임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2년 후 세입자에게 돌려 줄 전세 보증금이니 만큼 느긋하게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펀드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되지만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를 통해 돈을 굴리는 것이다. 투자자는 직접투자 시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비교적 소액으로서도 많은 주식이나 여러 종류의 채권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펀드를 이용해 투자했다 해도 시장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다 보면 펀드 투자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 단기간 시장 변동에 너무 집착해 주식 매매하듯 펀드를 반복 환매한다면 수익율은 저조해지고 수수료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 기간을 미리 정하고 이에 따라 돈을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자신의 꿈이 있다. 그것이 해외연수나 결혼일 수도 있고, 반 평생 같이 한 사랑하는 배우자와의 여유로운 노후 생활일 수도 있다. 펀드는 이같은 꿈과 시간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조정장세에서 회복 기미가 보이는 시점이 펀드 투자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예를 들어, 5년 후 해외 여행 또는 연수를 가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면, 적립금 외에 적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목표를 달성하거나 앞당길 수 있으므로 성장형 주식과 배당형 주식에 중점 운용하는 적립식펀드를 정액투자 해나가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20대 후반의 무주택 사회 초년생이라면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성장추구형적립식펀드에 나눠 적립해나가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노후 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30대 중반이라면 변액연금보험 적립식을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재무목표와 달리 순수하게 투자 수단으로서 펀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투자 기간과 기대 수익률을 금융회사 직원과 사전 협의한 후 그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 하겠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펀드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위험 감수 정도, 그리고 투자 가능기간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펀드 투자 시, 좋은 펀드를 어떻게 골라야 할 지 적지 않은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자신도 은행 PB지만 금융회사 펀드 판매담당자들은 자기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장점을 주로 강조한다. 물론 각 금융회사 판매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권하는 펀드 상품은 해당 금융사에서 전략적으로 판매 확대를 꾀하는 상품들이다.

그렇다면 상품 소비자인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먼저 펀드 평가회사의 정보를 이용한다. 한국펀드평가나 제로인, 모닝스타 등과 같은 펀드평가회사의 펀드 평가 정보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검색할 수 있다.



둘째, 자산운용협회를 통해 현재 운용중인 펀드 내용과 운용수익률 등의 기초 정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재무상태 등을 알아보자.

셋째, 벤치마크(BM : Benchmark)와 비교해보자. 펀드를 평가 시 단순하게 그 펀드의 과거 수익률로만 비교해서는 안된다. 투자 위험과 상대적인 비교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해당 펀드가 추구하는 벤치마크 수익률이다. 금융회사 펀드 홍보물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나온다.

벤치마크는 펀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로 펀드가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의 목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펀드는 벤치마크의 수익률을 따르거나 그 이상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벤치마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자들은 자신의 펀드가 이익이 나면 좋은 펀드라고 하고, 손해가 발생하면 좋지 않은 펀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펀드는 자체 수익률만 가지고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5년 주식시장이 연간 50% 넘게 상승했는데 내가 투자한 주식형펀드는 3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면 이 펀드는 좋은 펀드일까? 반대로 주식시장이 연간 30% 하락했을 때 내가 투자한 펀드가 5% 정도의 손실을 냈다면 단순히 손실을 냈다고 해서 나쁜 펀드일까?

이렇게 본다면 절대적 수익률만으로 펀드를 평가할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펀드 수익률은 항상 벤치마크 수익률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마크는 펀드의 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국내주식형펀드의 대부분은 선물과 옵션의 기초자산이 되는 KOSPI200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한다. 코스닥 시장에 주로 투자한다면 코스닥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게 된다. 채권형펀드의 경우에는 채권 지수가 1차적인 벤치마크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벤치마크로 한다.

마지막으로 혼합형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율에 따라 벤치마크 비율을 달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6 : 4로 운용될 경우, 60%는 주식시장, 40%는 채권시장으로 각각 계산해 합친 것이 벤치마크 수익률이 된다.

여기에서 개별펀드 수익률에서 벤치마크 수익률을 뺀 값을 벤치마크 초과 수익률이라고 하는데 이 초과 수익률이 클수록 펀드 운용을 잘하고 있는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투자형 상품은 은행의 입출금예금이나 투신사 MMF처럼 수시로 입출금할 수 없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펀드 상품들은 3개월, 6개월 또는 1년 이내에 중도환매하게 되면 투자기간 동안 발생한 이익의 70% 정도를 환매수수료로 회수해간다. 일부 펀드는 가입할 때 먼저 수수료를 내기도 한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막연히 수익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말만 믿고 투자하면 안된다.

상품을 고르기 전에 이 자금의 최소 또는 최장 투자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해야 하고, 상품을 선택했다면 투자설명서, 약관, 해당 펀드의 과거 기간별 수익률, 자산운용사를 살펴본다.

신청서와 투자설명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저절로 수익률이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가입 후 대략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자신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을 체크해 보면서 담당 직원의 의견을 잘 챙긴다. 그러나 금융회사 직원도 투자한 펀드의 미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신문 경제기사를 꼼꼼히 살펴보고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거래 금융기관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눈품`을 아낌없이 파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