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태호 기자
2006.09.08 15:32:22
분유사업 치명타..다른 브랜드에도 타격 예상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남양유업(003920)의 분유사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8일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알프스산양분유` 1단계 제품을 전량 회수처리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는 한편 요구에 따라 해당 제품에 대한 환불 및 교환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남양유업이 제조·판매해 온 `알프스산양분유` 1단계 제품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카자키균은 면역결핍영아에 옮겨질 경우 심하면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사 제품의 안전성이 타사 제품보다 더 뛰어나다`고 적극적으로 광고했던 남양유업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 소비자와 네티즌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분유사업은 식품안전과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의 실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은 현재 `프리미엄분유`, `임페리얼드림XO`, `남양오가닉유기농분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분유사업만 따로 놓고 보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8일 남양유업 관계자는 "분유판매는 전체 매출의 15% 수준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알프스산양분유`는 전체의 1% 미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생후 3개월 미만 아기들을 위한 분유라는 점에서 상황은 생각보다 나빠질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식품 유해물질 검출은 기업 실적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친다"면서도 "하지만 문제가 된 식품이 신생아가 먹는 분유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다른 경쟁 분유사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남양유업은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분유시장은 최근 모유권장 및 출산율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남양유업은 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조제분유와 유산균발효유 등을 생산하는 남양유업 공주공장의 매출액은 지난해 3136억원으로 2004년 대비 2.9% 줄었다.
남양유업의 시장 점유율도 외국 분유업체와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AC닐슨 조사에 다르면 남양유업의 국내 조제분유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말 49.9%에서 올해 상반기 47.8%로 줄어들었다.
식품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주요 대형마트들은 이미 남양유업의 `알프스산양분유`를 선반에서 내렸다. 철수된 제품에는 문제의 1단계 분유뿐만 아니라 일부 2~4단계 제품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