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승찬 기자
2005.10.25 14:06:14
카메라폰 기능 자동제어에 위치추적 등 첨단 보안기능 총동원
산업스파이 판별 교육에 `보안어사제`까지 업체들 아이디어 다양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를 방문한 A씨. 삼성의 `철통보안`을 익히 들어알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주머니속의 카메라폰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재가 없다. 호기심에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카메라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A씨의 카메라폰이 연구소내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연구소내에 카메라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내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위한 문단속에 여념이 없다. 보안 검색대 설치나 UBS드라이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날로 지능화되가는 기술유출 시도를 막기 위한 기업들의 보안시스템도 점차 첨단화되고 있다.
가장 철저한 보안체제를 갖춘 삼성전자(005930)의 정보통신연구소와 DM연구소는 사원증과 방문증에 GPS 기능이 채용되어 있어, 위치가 실시간으로 통제실에 보고된다.
또 이들 연구소에서는 사무실 전화가 없다. `인포모바일`이란 시스템을 구축, 모든 사무실 전화번호를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회사에게 지급된 휴대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외부에 전화를 걸어도 회사 내선을 통해 연결된다. 물론 모든 통화기록은 데이터로 남는다.
기술유출의 표적이 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000660) 역시 내달부터 전사적인 보안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하이닉스가 도입하는 것은 DRM(디지털지적재산관리) 시스템.
DRM시스템을 적용하면 회사 내부에서 작성되는 문서나 회로 설계도 등이 암호화돼 외부에서는 읽을 수 없게 된다. 하이닉스측의 주장처럼 "A4 용지 한장도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서울 영동사옥에서 외부인 출입통제를 위해 각 층마다 출입문을 설치하고 보안요원을 배치한 하이닉스는 지난 2003년에는 국가정보원 보안전문가를 초빙, 전 직원을 상대로 보안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LG필립스LCD(034220) 역시 지난 2002년부터 회사에서 외부로 발송되는 이메일을 모두 암호화하고 있다. 중요한 내용을 담은 문서에 대해서는 접근 권리를 제한하고 만료 기간까지 부여하는 실정이다.
기술 유출 유형으로 가장 흔한 것은 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 유출의 61%가 퇴직 사원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따라서 내부 인력을 빼가려는 시도를 사전에 막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조기경보 체제를 구축해 핵심 인재의 이탈을 예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핵심 인력 전원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 이직에 관한 이상 징후를 녹색(안정), 노란색(불안정), 빨간색(긴급) 등 3단계로 나눠 상황별로 대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탈에 대한 조기 감지 및 신속한 대응을 통해 핵심 인재의 퇴직률을 줄이고, 이직에 따른 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사내 보안교육면에서는 삼성전기(009150)의 `산업스파이 판별법`가 발군이다. 이에 따르면 ▲본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다른 직원의 업무에 대해 수시로 질문하는 사람 ▲사진장비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사람 ▲본인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다른 부서 사무실을 자주 출입하는 사람 등은 산업스파이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삼성SDI(006400)의 경우 사장 직할로 `보안어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장의 특명을 받은 보안어사는 야간에 불시로 영역을 불문한 보안점검을 실시, 현장에서 사규에 따른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
현대차(005380)는 이번 협력업체의 신차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뻔한 사건으로 기업보안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전직원을 상대로 매달 보안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더욱 확고한 기업보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