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논란 속 곰vs호랑이표 맥주 맞대결…무엇이 같고, 다를까

by남궁민관 기자
2023.06.23 13:43:45

대한제분·제주맥주 곰표밀맥주 시즌2 지난 21일 출시
기존 곰표밀맥주 계승한 대표밀맥주와 대결 불가피
세븐브로이 "베꼈다" 주장도 진행형…향후 변수로
원재료 거의 유사, 맛은 차이 있어…공정위 판단에 이목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한제분(001130)과 제주맥주(276730)가 협업한 ‘곰표밀맥주 시즌2’가 본격 출시함에 따라 원조격인 기존 곰표밀맥주를 그대로 계승한 세븐브로이맥주의 ‘대표밀맥주’와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양 제품 간 ‘베끼기’ 논란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맛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법원의 판단도 남아 있다는 점이 변수다.

23일 서울시내 한 CU 편의점에서는 곰표밀맥주 시즌2와 대표밀맥주 제품이 냉장고 한 켠에 나란히 배치돼 판매되고 있었다.

앞서 ‘곰표’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맥주와 손잡고 지난 2020년 5월 곰표밀맥주를 선보여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전성기를 열었다. 다만 대한제분은 ‘혁신’을 앞세워 올해 3월 세븐브로이맥주와 협력 관계를 끝내고 제주맥주와 지난 21일 곰표밀맥주 시즌2를 선보였다.

세븐브로이맥주는 기존 곰표밀맥주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계승한 대표밀맥주를 지난 4월 말 출시한 상태였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이와 함께 대한제분·제주맥주가 선보인 곰표밀맥주 시즌2가 기존 곰표밀맥주를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및 서울중앙지법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강수를 뒀다.

‘베끼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맞대결이 본격화된 대한제분·제주맥주의 ‘곰표밀맥주 시즌2(왼쪽)’와 세븐브로이맥주의 ‘대표밀맥주’.(사진=남궁민관 기자)
이날 직접 구매한 대표밀맥주와 곰표밀맥주 시즌2의 성분표시상 원재료를 살펴보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정제수 △보리맥아 △효모 △호프펠렛 △산도조절제(황산칼슘) △이산화탄소 △밀맥아 △밀가루 등 통상 수제맥주에 활용되는 원재료는 동일했다. 특히 맥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혼합제제도 같았다. 두 제품 모두 △프로필렌글리콜 △패션후르츠추출물 △복숭아추출물 △파인애플추출물 △호프추출물이 첨가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표밀맥주는 양조시 단백질 분해를 도와 맥주의 안정성을 높이기 사용하는 효소제가 들어간 반면 곰표밀맥주 시즌2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 곰표밀맥주 시즌2는 복숭아퓨레를 사용한 반면 대표밀맥주는 들어가지 않았다. 또 대표밀맥주는 밀 6.36%, 밀가루 0.02%를 함유한 반면 곰표밀맥주 시즌2는 밀 6.40%, 밀가루 0.03%로 함유량이 다소 높았다.

맛은 두 제품 간 다소간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맛은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나 이날 직접 맛본 대표밀맥주는 복숭아·파인애플에서 오는 향과 시큼달콤한 맛이 뒷맛에 묵직하게 퍼졌다면, 곰표밀맥주 시즌2는 첫 맛부터 복숭아에서 오는 강한 향과 시큼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뒷맛에서 느껴지는 밀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바디감은 곰표밀맥주 시즌2보다 대표밀맥주가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대한제분·제주맥주 ‘곰표밀맥주 시즌2’ 성분표시(위)와 세븐브로이맥주 ‘대표밀맥주’ 성분표시.(사진=남궁민관 기자)
대한제분·제주맥주는 세븐브로이맥주가 주장하는 ‘베끼기’ 논란과 관련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했다”고 반박했다. “밀맥아 함량을 높이고 국내산 무가당 복숭아퓨레를 사용해 맛과 향의 밸런스를 강화하고 깊이감을 더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세븐브로이맥주는 동일한 효소·혼합제제 등 원재료를 근거로 들어 사실상 기존 곰표밀맥주를 그대로 따라한 제품이라며 의혹을 접지 않고 있다.

일단 효소를 두고 기존 곰표밀맥주와 현재 대표밀맥주에 사용된 ‘벨기에 세종(Saison) 효모’는 통상 밀맥주에 활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곰표밀맥주 시즌2 역시 이 효모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제분·제주맥주에서 복숭아퓨레 사용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복숭아추출물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맛은 기존 곰표밀맥주·대표밀맥주와 비슷하게 내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맛은 개인별로 느끼는 차이가 있어 베끼기 논란의 진위를 파악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같은 원재료와 함량 비율로 제품을 생산해도 제조설비와 노하우에 따라 맛은 달라질 수도 있다”며 “결국 베끼기 논란은 원재료 및 함량비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선은 공정위로 쏠리는 모양새다. 세븐브로이맥주가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곰표밀맥주 시즌2 판매금지 가처분은 당초 이달 12일 첫 심문기일이 잡혔으나 대한제분·제주맥주의 연이은 기일변경신청으로 세 차례 연기돼 28일로 미뤄진 상태.

당초 세븐브로이맥주가 판매금지 시점으로 명시한 9월까지 법원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공정위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 금지’ 및 ‘사업활동방해행위 금지’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에 따라 양 제품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