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사건 압수물서 증거 수집…대법 "영장 받았어도 위법"

by박정수 기자
2023.06.20 12:00:00

방위산업체 간부, 군사기밀 탐지·수집 혐의로 징역 4년
사건 종결 후 군 내부 실무자의 누설 가능성 확인하고 내사
영장 받고 방산업체 간부 사건 압수물서 증거 수집
폐기할 무관정보 열람…대법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다른 사건의 압수물에서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사유만으로 위법수집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과 군기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B씨에게 ‘소형무장헬기’ 등 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수사관은 방위산업체 간부 B씨가 방사청 발주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고, 2014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로부터 압수·수색·검증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았다.

제1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는 군사기밀과 관련한 군 관련 자료, 이를 파일 형태로 담고 있는 컴퓨터, 노트북, 외장형 하드디스크, USB 등 정보저장매체와 그 정보저장매체에 수록된 내용, 수첩, 노트 등 범죄사실과 관련된 문서자료 등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2014년 7월 B씨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B씨가 ‘특수전지원함·특수침투정’, ‘GPS 화물낙하산’, ‘소형무장헬기’, ‘고공침투장비’, ‘기상레이더 2차’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기무사 수사관은 2016년 7월 군 내부 실무자 A씨가 B씨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던 선행사건의 기록과 압수물을 대출받았다. 이를 기초로 A씨에 대한 내사를 개시했다.



기무사 수사관은 2016년 8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군판사로부터 A씨가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된 선행사건의 압수물 중 위 사업 관련 군사기밀 및 군 관련 자료,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등에 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 직원의 참여 하에 제2영장을 집행, 그곳에 보관돼 있던 선행사건 압수물인 C 사본에서 B씨의 이메일 기록을 추출해 압수했다.

대법원은 “1차 탐색 당시 제1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와 무관정보가 뒤섞여 있는 C 사본을 탐색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무관정보는 제1영장으로 적법하게 압수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참여권 보장 여부와 관계없이 C 사본의 내용을 탐색하거나 출력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봤다.

수사기관은 복제본에 담긴 전자정보를 탐색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선별해 출력하거나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등으로 압수를 완료하면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무관정보)를 삭제·폐기해야 한다.

즉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 혐의의 수사를 위해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수집한 전자정보 등 2차적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B씨 선행사건 수사 당시 C 사본에 관한 소유권을 포기했다거나, 제2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등 군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증거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